[한경에세이] 피부색 다른 '우리'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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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를 둔 세 살 아이가 탁아방에 빨간 내복 바람으로 엄마랑 같이 왔다. 내복은 엉덩이 부분이 가위로 오려져 있어 아이의 엉덩이가 드러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엄마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중국에서는 내복을 입히는 것이 일종의 부의 상징이며,엉덩이를 드러내는 것도 오랜 관습이라고 했다. 이 습관을 고치도록 엄마를 설득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필리핀 엄마와 한국인 아빠를 둔 중학교 1학년 남학생.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아직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맞춤법도 엉망이며,수학은 일차 방정식도 못 푸는 수준이었다. 엄마가 전혀 학습지도를 못해 주고 엄마보다 25살 많은 아빠는 지적 장애가 있다. 아이는 매우 폐쇄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문화지원 상담센터에서 몇 개월간 심리상담 및 가정교사 지도로 정서가 안정되고 한국어 능력도 다소 향상됐다.
부모와 함께 3년 전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이주해 온 중학교 3학년 남학생.수업 시간 중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발표하는데,명절 때 아이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술 마신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어린이들도 명절 때는 둘러앉아 술을 마시는 것이 우즈베크 풍속임에도,그 발표 이후 불량한 아이로 찍혀 왕따를 당했다.
위의 사례들은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이주민건강협회'에 접수된 사례들이다. 최근 몇 년간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2세들의 문제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의 사회 정착에만 관심이 있었지 태어난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하고 성장하는 문제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다문화 사회로 가기 어렵다. 자칫하면 다문화가정의 2세들이 미래 한국 사회의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와 이주아동들이 주로 겪는 문제는 학교생활 적응 장애와 학습 부진이다. 엄마의 미숙한 한국어는 자녀의 언어발달 지연과 문화 부적응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외모 등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또래관계 형성에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2010년 지방자치단체 외국계 주민 현황'에 따르면 외국계 주민 자녀는 2009년 대비 1만4246명(13.2%) 늘어난 12만1935명(전체 외국계 주민의 10.7%)이고,이 중 미취학아동은 7만5776명,초등학생은 3만587명에 이르렀다. 급속한 증가세다.
이제 다문화가정 및 이주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포괄적인 계획과 전략이 나와야 한다. 우선 그들에 대한 언어 지도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하고,부적응 아이들을 위한 상담 및 멘토링이 필요하다. 한국인 아이들을 위한 교육 과정에 다문화 및 다양성에 관한 내용도 더 늘어나야 한다. 좋든 싫든 앞으로는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하기 어렵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를 내재화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세계화는 요원할 것이다.
이왕준 <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lovehospital@korea.com >
필리핀 엄마와 한국인 아빠를 둔 중학교 1학년 남학생.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아직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맞춤법도 엉망이며,수학은 일차 방정식도 못 푸는 수준이었다. 엄마가 전혀 학습지도를 못해 주고 엄마보다 25살 많은 아빠는 지적 장애가 있다. 아이는 매우 폐쇄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문화지원 상담센터에서 몇 개월간 심리상담 및 가정교사 지도로 정서가 안정되고 한국어 능력도 다소 향상됐다.
부모와 함께 3년 전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이주해 온 중학교 3학년 남학생.수업 시간 중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발표하는데,명절 때 아이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술 마신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어린이들도 명절 때는 둘러앉아 술을 마시는 것이 우즈베크 풍속임에도,그 발표 이후 불량한 아이로 찍혀 왕따를 당했다.
위의 사례들은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이주민건강협회'에 접수된 사례들이다. 최근 몇 년간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2세들의 문제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의 사회 정착에만 관심이 있었지 태어난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하고 성장하는 문제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다문화 사회로 가기 어렵다. 자칫하면 다문화가정의 2세들이 미래 한국 사회의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와 이주아동들이 주로 겪는 문제는 학교생활 적응 장애와 학습 부진이다. 엄마의 미숙한 한국어는 자녀의 언어발달 지연과 문화 부적응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외모 등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또래관계 형성에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2010년 지방자치단체 외국계 주민 현황'에 따르면 외국계 주민 자녀는 2009년 대비 1만4246명(13.2%) 늘어난 12만1935명(전체 외국계 주민의 10.7%)이고,이 중 미취학아동은 7만5776명,초등학생은 3만587명에 이르렀다. 급속한 증가세다.
이제 다문화가정 및 이주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포괄적인 계획과 전략이 나와야 한다. 우선 그들에 대한 언어 지도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하고,부적응 아이들을 위한 상담 및 멘토링이 필요하다. 한국인 아이들을 위한 교육 과정에 다문화 및 다양성에 관한 내용도 더 늘어나야 한다. 좋든 싫든 앞으로는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하기 어렵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를 내재화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세계화는 요원할 것이다.
이왕준 <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lovehospital@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