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이 유럽과 비유럽 지역에 따라 기본급에 차이를 두는 새로운 임금체계를 마련 중이다. 내년부터 유럽 지역 은행의 보너스 규제가 크게 강화되기 때문이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는 최근 유럽연합(EU) 역내에 있는 은행 종사자들에게 보너스의 20~30%만 현금으로 지급되도록 하는 내용의 임금 기준을 제시했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이 기준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독립된 보수지급위원회를 구성하고 보너스 가운데 40~60%에 해당하는 부분을 3~5년 늦춰 지급해야 한다. 또 보너스의 절반은 현금이 아닌 주식 등으로 지급하며 각자의 기본급을 바탕으로 성과급의 상한선을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스위스의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등은 EU 역내 지점의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줄이는 대신 기본급을 더 많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보너스 잔치를 벌여온 은행들에 대한 급여 제한을 추진해온 유럽 금융당국으로선 당초 새 규정의 취지를 살리기 힘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고정비용인 기본급 부담이 커지고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주는 효율적인 임금체계가 설 땅을 잃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와 HSBC, 독일의 도이체방크 등 유럽 은행들은 아시아계 직원들을 비유럽권 은행들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EU 역내에 본사를 둔 유럽계 은행들은 이번 보너스 기준을 전 세계 지점에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과급 기준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싱가포르 등 아시아 등지에 본사를 둔 경쟁 은행으로 인재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