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새 전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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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조약을 파기하고 독일 재무장에 나선 히틀러는 남성적이면서 강렬한 이미지의 군복 제작을 주문했다. 당시 디자인을 맡은 사람이 휴고 보스다. 슈투트가르트 근교의 작은 의류회사에서 남성복을 주로 만들던 휴고 보스는 특기를 살려 독일군 및 친위대에 납품할 제복을 디자인했고 곧 정식으로 채택됐다.
지금도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이 제복은 나치의 만행으로 빛이 바래긴 했으나 기능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평가된다. 종전 후 휴고 보스는 전범으로 기소됐다 전쟁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벌금만 물고 사면됐다. 히틀러가 군복에 관심을 가진 건 독일군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적군에게 위압감을 주려는 목적이었다. 대단한 선동가였던 만큼 제복의 힘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군복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기원전 3000년 무렵 수메르 초기왕조시대 벽화에도 이미 독특한 모양의 군장을 갖춘 병사들이 등장한다. 원시부족 전사들의 몸에 색색으로 칠해진 물감도 넓게 보면 군복이다. 그리스 · 로마시대에는 군복이 계급별로 구별되기 시작했다. 17,18세기 프랑스 군대는 '폼생폼사'였다. 그들은 첨단 패션의 군복을 입고 상대가 먼저 사격하길 기다리는 사내다움을 과시했다.
우리나라 군복의 역사도 짧지 않다. 고구려 고분벽화엔 장식 달린 투구를 쓰고 갑옷으로 무장한 무인이 당당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고려시대에 오면 화려하고 다양한 모양의 군복이 나타난다. 서구식 군대 복장은 구한말 고종 때 도입됐다. 입는 용도에 따라 대예장 군장 예장 반예장 상장 등으로 구분한 게 특징이다.
내년부터 우리 군에 새 전투복이 보급된다. 1973년 채택된 이후 1990년 무늬만 얼룩으로 바꾸었을 뿐 거의 그대로 입던 것을 이제야 교체한다니 늦은 감이 있다. 흙 풀 나무줄기 목탄 침엽수 등 우리 자연환경을 고루 반영한 5색을 화강암 무늬로 형상화해 어느 계절에도 위장효과가 있다고 한다. 빨리 마르는건 물론 신축성 항균방취성 등을 갖춘 기능성 옷감에 야간 적외선 탐지장치에도 잘 포착되지 않도록 특수가공을 거친단다.
어느 시대든 군복은 나라를 지키는 상징이란 의미를 갖는다. 입는 사람에겐 자부심의 표현이다. 새 전투복이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도발을 일선에서 막아내야 하는 우리 군의 사기를 높이는 데 한몫했으면 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지금도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이 제복은 나치의 만행으로 빛이 바래긴 했으나 기능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평가된다. 종전 후 휴고 보스는 전범으로 기소됐다 전쟁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벌금만 물고 사면됐다. 히틀러가 군복에 관심을 가진 건 독일군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적군에게 위압감을 주려는 목적이었다. 대단한 선동가였던 만큼 제복의 힘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군복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기원전 3000년 무렵 수메르 초기왕조시대 벽화에도 이미 독특한 모양의 군장을 갖춘 병사들이 등장한다. 원시부족 전사들의 몸에 색색으로 칠해진 물감도 넓게 보면 군복이다. 그리스 · 로마시대에는 군복이 계급별로 구별되기 시작했다. 17,18세기 프랑스 군대는 '폼생폼사'였다. 그들은 첨단 패션의 군복을 입고 상대가 먼저 사격하길 기다리는 사내다움을 과시했다.
우리나라 군복의 역사도 짧지 않다. 고구려 고분벽화엔 장식 달린 투구를 쓰고 갑옷으로 무장한 무인이 당당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고려시대에 오면 화려하고 다양한 모양의 군복이 나타난다. 서구식 군대 복장은 구한말 고종 때 도입됐다. 입는 용도에 따라 대예장 군장 예장 반예장 상장 등으로 구분한 게 특징이다.
내년부터 우리 군에 새 전투복이 보급된다. 1973년 채택된 이후 1990년 무늬만 얼룩으로 바꾸었을 뿐 거의 그대로 입던 것을 이제야 교체한다니 늦은 감이 있다. 흙 풀 나무줄기 목탄 침엽수 등 우리 자연환경을 고루 반영한 5색을 화강암 무늬로 형상화해 어느 계절에도 위장효과가 있다고 한다. 빨리 마르는건 물론 신축성 항균방취성 등을 갖춘 기능성 옷감에 야간 적외선 탐지장치에도 잘 포착되지 않도록 특수가공을 거친단다.
어느 시대든 군복은 나라를 지키는 상징이란 의미를 갖는다. 입는 사람에겐 자부심의 표현이다. 새 전투복이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도발을 일선에서 막아내야 하는 우리 군의 사기를 높이는 데 한몫했으면 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