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계와 산업계가 그린카에 대한 연구 · 개발(R&D)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그린카 발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보통 그린카라면 배터리 탑재 일반전기차(EV)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를 떠올리지만 사실 '궁극의 그린카'는 연료전지차(FCEV · Fuel Cell Electric Vehicle)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가 최근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투싼 ix FCEV가 바로 이것이다. 현대차는 가격 보조 등이 뒷받침된다면 2015년께 5만달러대의 수소연료전지차 1만대가량을 생산할 의향이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이미 20~30년 후 EV와 FCEV로 자동차 시장이 완전히 재편될 것으로 보고 산업 전략을 짜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구동원리는 '물의 전기분해'의 역반응이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양극에서는 산소, 음극에서는 수소가 나온다.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차내 수소탱크에서 수소, 공기공급기(컴프레서)에서 산소를 공급받아 이를 연료전지에 보낸다. 양극에다 산소를 흘리고 음극에 수소를 흘리면 전기가 발생하고 부산물로 물(수증기)이 나온다. 따라서 수소연료전지차의 연료전지는 명칭만 '전지'일 뿐 배터리가 아니고 가솔린자동차의 '내연기관'에 해당한다. 연료전지의 양극과 음극 소재는 백금을 코팅한 흑연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전해질로 얇은 막(membrane)을 입혀야 하며 대표적인 것이 미국 듀퐁사가 개발한 나피온(Nafion)이다.

인프라 문제를 제외하면 FCEV와 EV 중 어느 것이 '대세'가 될지는 결국 얼마나 빨리 가격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V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에는 기본적으로 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싸다.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값싼 올리빈(리튬 철 인산염) 소재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뿐 아니라 배터리에 수십개 이상 들어가는 '셀'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전지를 여러 개 이어붙일 때 어느 한 개가 나쁘면 전체 성능이 나빠지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효율뿐 아니라 부피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FCEV는 배터리 문제는 없지만 소재와 안정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중형 연료전지차 1대에 들어가는 백금은 70g가량이다. 현재 백금 시세를 감안하면 연료전지 내 촉매 하나의 가격만 500만원인 셈이다. 현대 · 기아차는 백금의 양을 20g 선까지 줄일 수 있는 R&D를 진행 중이다. 전량 수입 중인 나피온을 대체할 멤브레인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다. 이와 관련,반가운 뉴스가 있다.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팀이 나피온보다 전도율이 3배 높은 반면 가격은 훨씬 저렴한 신소재를 개발해 이 연구 성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한 것.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에서 FCEV와 EV 관련 부품 소재 국산화와 인프라 부문에 획기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정책 의지가 그린카 시장 선점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