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업체들이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시키며 저승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아일랜드와 그리스 금융권에 투기 등급에 가까운 신용도를 부여하면서 유럽 변방국들이 유럽 재정위기 확대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아일랜드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내린 데 이어 30여개 스페인 은행들의 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디스는 이날 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와 뱅크오브아일랜드,앵글로아이리시뱅크,EBS빌딩소사이어티,아이리시라이프앤드퍼머넌트 등 7개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무디스는 "아일랜드의 국가신용등급이 Aa2에서 Baa1으로 5단계 떨어져 투기등급 언저리로 분류되면서 정부 의존도가 높은 이들 아일랜드 은행의 신용등급 변화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또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평가되면서 30여개 스페인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춰야 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스페인 은행이 자본력과 수익성,차입력 측면에서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산탄데르 등 스페인 대형은행들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저축은행(카하)을 비롯한 다수의 중소 은행은 건설부문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스페인 정부가 공공부문 민영화와 실업수당 삭감 등 재정적자 감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업률이 20%에 달하는 데다 경제성장 전망이 어두운 점도 스페인 은행의 등급 부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디스는 포르투갈에 대해서도 "경제성장 전망이 불확실하다"며 "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무디스는 스페인에 대해선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고,아일랜드엔 국가신용등급을 5단계 낮췄다. 무디스와 S&P,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최근 몇 달간 그리스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을 지속적으로 내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그리스는 신규자금 수혈을 거의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1일 크로아티아의 신용등급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했다. 'BBB-'는 S&P 신용등급 중 투자적격으로는 가장 낮은 등급이다. S&P는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S&P는 "국가 재정이 악화되고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등급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크로아티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6% 가까이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발칸반도에 있는 크로아티아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 중인 나라다.

한편 유로존 변방의 재정불안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PIGS 국가들이 유로화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유럽투자전략 책임자인 앤드루 보솜워스는 독일 일간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거나 (유로화가 아닌) 자국통화를 갖추지 않고선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며 이들 나라가 유로화를 포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리스 등 3국은 유로화 대신 개별통화를 가져야만 채무 상환에 필요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