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 사격때도 中상인은 나선行…북한, 중국 경제 예속 가속화
"나선(나진 · 선봉)에 가면 온통 돈이에요. 우리들(중국인) 눈엔 보입니다. 북한 사람들만 못 보는 거죠."

중국 옌볜조선족자치구 훈춘(琿春)시 상무국에서 일하는 리춘르 과장은 한반도 긴장 고조와 북한 · 중국 간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 원정리 세관과 중국 훈춘 취안허를 잇는 535m짜리 두만강대교를 가리켰다. "연평도 포격 때도 저 다리로 북한과 중국 무역상들이 오갔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 못지 않은 비경을 자랑하는 나진항 해변가엔 중국식 별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21일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훈춘.떠오르는 3국 간 국경 도시답게 활기가 넘쳤다. 중국 기업인들은 출입국 절차가 간소해지면서 나선 등 국경도시는 물론이고 평양까지 제집처럼 드나들 정도라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설명이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북한의 대외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39%에서 지난해 53%로 급증했다. 한반도 정세가 변화하면서 북한의 중국 경제 예속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진형 KOTRA 북한교역지원전담반 반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후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해지고 한국과의 교역은 제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경제 특별시로 지정한 나선은 이미 중국의 우산 속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추이린 훈춘시 상무국 국장은 "내년 초 훈춘~나선 간 고속도로를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훈춘과 베이징이 고속철로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 건설하는 도로는 북한과 중국을 잇는 핵심 혈맥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제2,제3의 나선이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단둥과 북한을 잇는 신(新)압록강대교 건설,비단도 자유무역지구 개발,신의주 경제특구 등 중국이 벌여놓은 대북 경제협력 프로젝트들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심남섭 한국무역협회 남북교역팀 실장은 "작년 8월 중국 정부가 '창지투(長吉圖 · 창춘 지린 투먼) 개발계획'을 발표,동북부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북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동북부에서 생산한 상품을 바닷길을 통해 수출하려면 북한 나선 특별시를 통할 수밖에 없다.

리 과장은 "중국 기업도 북한에서 숱하게 실패했다"며 "중요한 것은 이런 경험이 북 · 중 경제교류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KOTRA에 따르면 북한과의 변경 무역에서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단둥만 해도 대북 사업 관련 기업들이 500여개에 이르고,단둥에 진출한 북한 기업도 단둥금강간응용기술개발유한공사 등 26개가량이다.

훈춘=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