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대형주들이 씨가 마르고 있다. 전체 상장 주식 중 유통 주식 수 비중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기업들이 주주 중시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을 늘린 데다 외국인이 '승자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국내 대표 기업들의 주식을 쓸어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적은 매수세에도 주가가 올라 코스피지수의 상승 탄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 주식 수 비중 사상 최저

21일 NICE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유통 주식 수 비중은 지난 17일 현재 32.3%로 2003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았다. 유통 주식은 전체 상장 주식에서 대주주(특수관계인 및 자사주 포함)와 외국인 지분을 제외한 것으로,시장에서 바로 거래될 수 있는 주식을 의미한다.

2003년 51.6%에 달했던 유통 주식 수 비중은 2008년 40.5%로 낮아진 뒤 지난해 39.0%에서 올해 30%대 초반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이형관 NICE신용평가정보 연구원은 "유통 주식 수 비중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이 지난해 32조원,올해 20조원 등 2년간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52조원어치나 사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장사들이 풍부한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쓴 것도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든 이유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액은 1조9916억원(8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9.9% 급증했고,자사주 취득 기업 수도 작년 50개에서 70개로 늘었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로 전환한 상장사가 늘어난 것이 한 요인이란 분석도 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상장사들이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상장 자회사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늘리면서 비유통 주식인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 보유 지분은 유통 주식으로 풀릴 수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중장기 투자자라는 가정 아래 비유통 주식으로 구분했으나 2007~2008년처럼 매물화돼 시장에 흘러나올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총 상위주 유통 물량 급감

외국인 순매수의 집중 타깃이 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유통 주식 수 비중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7일 유통 주식 수 비중이 31.6%로 2005년 말(29.7%) 이후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이 5년 만에 50%를 넘어설 정도로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아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같은 초대형주가 이달 들어 이틀 연속 4% 이상씩 상승하는 등 주가 탄력이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의 일중 변동성은 지난달 2.21%에서 이달 2.35%로 높아져 올 평균(1.92%)을 크게 웃돌고 있다.

LG화학(41.4%) 신한지주(36.9%) LG전자(38.5%)도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44.7%) 기아차(37.9%)는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3인방의 하나인 현대모비스는 23.0%로 3년 전 수준으로 떨어져 한국전력(22.2%)과 함께 2003년 이전 상장된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가장 낮은 유통 주식 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포스코(31.2%)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 비해선 떨어졌으나 작년 말(29.8%)보다는 유통 주식 수 비중이 오히려 올랐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