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상업은행 도이체방크가 미국 고객들의 탈세를 도운 혐의로 미 정부에 6400억원의 합의금을 내게 됐다. 미 정부가 해외 은행을 대상으로 탈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지금까지 주로 유럽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이 같은 조사가 아시아 · 중동 지역 은행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AFP통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미 부유층 고객들의 탈세를 돕는 금융 상품을 판매한 혐의를 인정해 미 연방검찰 및 국세청(IRS)과 5억5400만달러(6400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하는 데 합의했다.

미 연방검찰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고객들의 탈세를 위해 조세피난처를 활용하거나 가짜 서류를 만드는 등 총 59억달러의 세금을 탈루하는 데 협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합의금에는 불법 행위에 대한 1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비롯해 세금 탈루 대가로 받은 부당이익이 포함됐다. 도이체방크가 탈세 혐의로 미 정부에 과징금을 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5년에도 회계법인인 KPMG가 조세회피 상품을 판 것에 협조한 혐의로 4억5600만달러의 벌금을 납부했다.

프릿 바라하 미 연방검사는 "도이체방크가 탈세 협조 행위를 시인했다"며 "이에 따라 과징금 납부 외에 다른 법적인 책임은 묻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도 성명을 통해 "과징금 납부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와 관련,로이터통신은 미 정부가 부유층의 탈세를 적발하기 위한 관리감독을 해외 은행을 대상으로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 정부는 세수 확충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탈세 적발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도 지난해 미국 고객 자금 200억달러를 불법적으로 은닉토록 도운 혐의가 적발되면서 7억8000만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데 합의했다. 미 정부는 유럽 최대 은행인 HSBC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