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위해" 실명 공개…법원 "명예훼손·신뢰도 의심"

대한변호사협회가 재임용 대상 법관의 연임 적합 여부를 평가한 자료를 실명과 함께 홈페이지에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자료에는 평가 대상이 된 법관 전원의 실명과 소속, 연임 가부(可否)에 대한 득표수 등의 정보가 포함돼 있다.

변협은 공익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법원에서는 평가의 신뢰도가 낮고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협(회장 김평우)은 재임용 대상 법관 180명의 연임 적합 여부를 회원들에게 물어본 결과 28명이 부적합 표를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재임용 대상 법관의 적합 여부를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적합 표를 한 표라도 받은 28명 중 최다 득표를 한 법관은 모두 14표를 받았다.

다음으로 4표를 받은 법관이 4명, 3표를 받은 법관이 5명이다.

부적합 사유로는 ▲독단적이고 고압적인 자세 ▲반말·무시·모욕적인 말투 ▲감정과 편견, 예단을 쉽게 내비치는 태도 ▲사건에 대한 이해 부족과 불성실한 태도 등이 꼽혔다.

변협은 그러나 법관 152명에 대해서는 `재임용 적합' 의견으로 조사돼 변호사들의 법관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적합 사유로는 인품이 뛰어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전국 변호사 155명이 참여했으며, 변호사 한 명이 평가할 수 있는 법관의 수를 제한하지 않아 재임용 가부를 밝힌 총 투표수는 2천73표로 집계됐다.

변협은 평과 결과를 대법원에 공식 통보해 2011년 재임용 평가 때 반영될 수 있도록 요청키로 했다.

변협 관계자는 "법관은 최초 임기 10년만 보장하고 있어 재임용 절차가 필요하지만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사실상 대법원장 전권으로 재임용이 이뤄져 왔다"며 "법관 재임용과 관련해 보다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법관도 공인이므로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합 여부에 대한 평가기준이 불분명하고 설문에 참여한 변호사 수도 적어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일부 법관은 실제 재임용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변호사들은 재판 결과에 따라 법관을 평가하는 속성이 있고 조사에 응한 변호사 수도 소수에 불과해 조사의 객관성이 의심된다"며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조사결과를 공개한 것은 성급할 뿐 아니라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변협은 명단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