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수입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 값이 2년2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휘발유 값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 ℓ당 2300원대를 기록, 2008년 최고치를 이미 넘어서고 있어 가계 부담 증가는 물론 다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어제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평균 1787원으로 2008년 8월 둘째주 이후 1년4개월여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경유 역시 1585원으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비쌌다. 국내 유류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근본적 이유는 미국 경기회복 기대감과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확대, 글로벌 유동성 증가 등으로 9월부터 국제유가가 급등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최근 국제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국내 휘발유 값은 ℓ당 평균 2000원을 기록했던 2008년 최고치의 90% 수준에 육박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유가는 이미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는 데 있다. 정유업계는 국내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이 최근 이 지역의 수요증가와 계절적 요인 등으로 두바이유 같은 원유가격 상승폭을 크게 앞지른 탓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겨울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 확실한데다 내년 원유값은 배럴당 평균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이대로 가면 고유가로 인한 비용상승 인플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내년 경제운용에 커다란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유류가격 동향을 예의주시,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2008년 도입했던 유류세 인하조치도 조심스럽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내 원유도입 가격과 무관하게 싱가포르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유류제품 가격 결정시스템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도 차제에 재고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