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질 경우를 가정한 보고서를 이달 초에 내놨다. 세계 경제의 엔진이 꺼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세계의 철강 자동차 화학업계가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런 가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 경제를 낙관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다고 피치는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자에서 인플레이션,지방정부 부채,자산 버블로 내년 중국 경제가 고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22일 휘발유 등 유류 가격을 평균 4% 인상했지만 실제 유가상승분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물가상승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발 물가인상이 한국은 물론 세계 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는 차이나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많다. 제임스 천 홍콩 현대중국연구소 연구원은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렸지만 긴축을 하기엔 경기가 불안해 중국은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 외발자전거와 같은 상태"라며 "중국은 세계 경제의 견인차이면서 리스크인 이중적 위치를 차지한다"고 진단했다.

◆고성장 경제의 이면

장핑 중국 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급)은 최근 국영 CCTV에 출연,"내년 중국 경제가 달성할 목표로 8%대의 경제성장률 유지와 4%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올해와 같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1%포인트 높아졌다. 물가상승은 어느 정도 용인하더라도 성장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부터 5년간 경제운용의 기본지침을 확정하며 성장에서 민생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던 것과는 방향이 다르다. "중국 경제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의 올 1분기 성장률은 11.9%였다. 2분기엔 10.3%,3분기엔 9.6%로 떨어졌다. 4분기는 8.6% 안팎으로 전망된다.

겉으로는 연착륙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아슬아슬하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내수부양제도는 올해 말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5.1%로 치솟으며 1년 만기 예금금리(2.5%)의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가 심화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성장 우선의 정책 방향을 잡은 것은 그만큼 경기가 불안하다는 의미"(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로 해석된다.

◆지옥행 러닝머신,부동산 버블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최근 2년간 중국에서 경기 회복의 중심은 부동산 시장이었고,이는 결국 엄청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며 "중국은 지옥행 러닝머신에서 당장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17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6월 12.8%를 기록했던 상승률은 지난달 8.6%로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고공비행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중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중앙정부 차원에서만 경기부양자금 등으로 20조5000억위안을 시중에 풀었고 상당액은 부동산으로 유입돼 집값을 폭등시켰다. 사회적으로는 팡누(房奴 · 집의 노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값 상승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있지만 정부가 과감한 부동산 긴축정책을 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지방정부도 땅값이 떨어지면 채무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양평섭 대외경제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미국의 양적확대로 내년엔 해외에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10월과 11월 무역흑자가 두 달 연속 2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돈이 넘치지만 금리 인상 카드를 쉽게 내밀지 못하는 게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이자 리스크"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 차이나플레이션

중국(China)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중국발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중국의 물가 상승으로 해외로 수출되는 제품의 가격이 올라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현상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