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주주로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1~10월 중 지분을 투자한 577개 기업이 개최한 총 492회의 주주총회에서 2080건의 상정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169건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 비중은 2005년 2.7%에 불과했으나 2006년 3.7%,2007년 5.0%,2008년 5.4%,지난해 6.6%로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다.

올 들어 반대표 행사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무적투자자로서 의결권 행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국민연금은 이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 풀을 만들어 사외이사를 추천하거나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들을 집중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민연금의 시장 지배력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지나치게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연금 사회주의'가 일어나지 않도록 의결권 행사기구를 아예 외부에 위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안을 마련 중이지만 연내엔 처리하기 힘들고 내년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이 올해 반대의견을 낸 169개 안건 중에는 이사 · 감사 선임 반대가 94건으로 55.6%를 차지했다. 이어 정관 변경이 38건(22.5%),이사 · 감사의 보상이 24건(14.2%),기타 13건(7.7%) 순이었다.

이사 · 감사 선임안에 반대 의결권 행사가 많은 것은 주로 사외이사 및 감사가 9년 이상 재직해 독립성을 결여했다고 판단(44건)했기 때문이다. 또 '5년 내 계열사 상근 임직원을 역임해 부적합(20건)''이사회 출석률 기준미달(19건)' 등도 주요 반대 사유였다.

국민연금은 보유 지분율이 1%를 넘는 기업에 대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분율이 1% 미만인 기업에 대해선 주총 안건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