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재정위기를 겪는 유로존에 대해 구원투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가 베이징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고위 경제 · 무역회담에서 필요할 경우 중국의 유럽 안정화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유로존 변방국의 국채 매입 확대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중국은 지난 10월 그리스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한 데 이어 지난달엔 원자바오 총리가 포르투갈을 방문해 "국채매입을 비롯해 '구체적인 행동'으로 도와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유로존 지원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도 안정세를 보였다.

올리 렌 EU 집행위원회 경제 · 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의 금융안정을 위한 중국의 도움에 감사한다"고 말했고,클라우스 레글링 유로존재정안정기금 대표도 "아일랜드 구제금융 채권에 대해서도 중국이 열성적으로 매입 의사를 보였다"고 거들었다.

중국의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지원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재정위기 불안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피치는 이날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아래로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5월 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의 현재 국가신용등급은 'BBB-'로 투자등급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무디스와 피치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포르투갈,스페인,그리스 등의 국가신용등급을 잇따라 내렸거나 강등 경고를 했다.

독일 경제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신용평가사들이 변방국의 국가신용도를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릴 경우 PIGS 국가들의 재정위기 악순환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유럽 변방국들은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긴축정책 실시를 강화하고 나섰다. 스페인 하원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6%까지 끌어내리는 내용의 내년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로이터통신은 "포르투갈이 신용등급 강등을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