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해에서 불법조업하던 자국 어선의 전복 사고에 대해 우리 측에 책임이 있다며 억지를 부리고 나선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18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 인근 우리 측 EEZ(배타적 경제수역)에 허가없이 들어와 조업하던 중국 어선 15척이 우리 해경의 정선 지시에 불응하고 달아나다 그 중 한 척이 해경 경비함을 스스로 들이받아 일어났다. 명백히 중국 어선들의 잘못 때문에 생긴 일이다. 우리 정부는 사고 이틀 뒤인 20일 중국 측에 사고 경위 등을 이미 소상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사과는커녕 되레 우리 정부에 책임자 처벌과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나섰으니 말문이 막힌다.

사고 해역은 한 · 중어업협정에 따라 공동어로를 허용하는 잠정조치수역이지만, 중국 어선들이 우리측 EEZ를 침범했다가 그 곳으로 도망가 벌어진 일인 만큼 해경의 단속은 유엔 해양법상으로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물론 충돌한 어선이 뒤집혀 중국 선원 10명 가운데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가 우리 측의 설명을 다 듣고도 불법조업 사실은 외면한 채 해경이 무단 단속했다면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마디로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속 감싸고 돌아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와의 외교적 관계 역시 이로 인해 불안하기 짝이 없는 형편이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이번 일이 엉뚱하게 번지지 않도록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중국은 이번 사고의 경위와 과정부터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우리가 진행중인 조사에 전문가를 파견해 참관하는 게 옳은 선택이다. 물론 우리 정부는 한 치의 의문이 없도록 중국 어선들의 폭력에 대한 동영상과 레이더 기록 등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양국은 이번 일을 합리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공연한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