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밤에 적군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적외선 열영상식별장비가 필수적이다. K12 복합소총부터 선박,항공까지 이 장비의 활용도는 높다. 국내에선 핵심 부품인 열영상검출기를 만들지 못해 지난해 5월까진 전량 수입해 조달했다.

중소 방산업체 아이쓰리시스템즈는 심야에 20㎞ 밖에서도 사람 얼굴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화소가 높은 열영상검출기를 독자 기술로 지난해 6월 개발했다. 30만화소 이상의 성능을 내는 검출기를 만든 것은 미국 영국 독일 이스라엘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세계 7번째다.

이한신 아이쓰리시스템즈 이사는 "고가에 수입해왔던 적외선 열영상식별장비를 국산화해 자주국방에 도움을 주게 됐다"며 "100만화소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무기로 새해엔 해외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중소 · 중견 방산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 방산 장비를 잇따라 개발,세계 시장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최종오 방위사업청 공보장교(소령)는 "최근 퍼스텍,휴니드 등 강소 방산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며 "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내 방산 수출은 삼성테크윈,LIG넥스원,두산DTS 등 대기업이 앞에서 이끌고 아이쓰리시스템즈 같은 강소기업들이 뒤를 받쳐주면서 2005년 2억6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억6000만달러로 4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1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열영상조준경,야간투시경 등 감시장비를 제조하는 이오시스템은 지난해 매출의 17%(140억원)를 동남아와 중남미 시장에서 일궈냈다. 이승주 이오시스템 차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출은 생각지 못했는데 3년 사이에 꾸준히 해외 매출이 늘고 있다"며 "감시장비 분야에서는 기술뿐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해외 업체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공중폭발 복합소총용 사격통제장치(FCS)를 본격 양산한다. 숨어 있는 적을 정확하게 조준하는 장치다.

이 차장은 "직선으로 쏘는 총탄과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유탄을 합친 복합소총용 제품을 양산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며 "해외업체들은 생산단가가 워낙 비싸 양산하지 못했는데 최근 저비용 양산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제품은 기존 사격통제장치보다 40% 정도 가격이 싸다"며 "내년 수출 예감이 좋다"고 덧붙였다.

휴니드테크놀러지스는 미국 보잉사에 공중조기경보 통제기(AWACS)에 들어가는 핵심 시스템 'TADIL ICS(Tactical Digital Information Link Interface Control System)'를 공급하고 있다. 총 공급 규모는 2500만달러다. 휴니드는 1968년 설립돼 43년간 HF,VHF,UHF 무전기 등의 전술 통신장비와 지휘통제장비,전술 데이터링크시스템 등을 공급해 왔다.

이 회사 이상곤 부장은 "휴니드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연구개발 프로세스 역량에 대한 국제적 평가 기준인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 레벨4 인증을 확보하고 있다"며 "엄격하고 까다로운 시스템을 갖춘 덕분에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잉에 지속적으로 납품하는 한편 새로운 판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최근 말레이시아 해군,해경을 대상으로 프로모션해 조만간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