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머징(신흥국) 증시가 선진국에 비해 강세가 두드러졌지만 12월 들어선 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증시가 반등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 브라질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말 주가 상승을 뜻하는 '산타 랠리'가 이머징이 아닌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미국 등 선진국으로 유입되는 펀드 자금도 증가세가 확연하다. 증권가에선 선진국 증시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이 바뀌는 '머니무브'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머징 압도한 선진국 증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선진국지수 수익률은 지난 10월부터 이머징지수를 앞질렀다. 10월 3.6%로 이머징지수 수익률(2.8%)보다 0.8%포인트 높았던 선진국지수 수익률은 이달 1~21일 이머징지수(4.5%)보다 2.0%포인트 높은 6.5%를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 수익률이 이머징 수익률을 3개월 연속 웃돈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국가별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이달 들어 21일까지 미국 4.0%,일본 2.8%,영국 1.6%인 반면 이머징 국가들은 인도네시아가 7.2%까지 급락한 것을 비롯 중국(-3.3%) 브라질(-1.7%) 등이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한국은 6.9% 상승해 강세를 보였다.

이 같은 증시 흐름을 반영,지난달 순유입으로 돌아선 미국 주식형펀드가 이달에는 149억달러 늘어 이머징증시 순유입액(55억달러)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기업 실적 전망도 좋아

증시수익률과 펀드자금의 역전 현상은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들의 정책 속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등 일부 이머징국가들은 이미 긴축에 들어가 유동성을 관리하는 반면 선진국들은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기업의 실적 전망도 주목받고 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1년간 기업 이익을 예측하는 이익수정비율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이 11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선 반면,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며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계속되면서 선진국 증시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초에 이머징마켓을 과대평가했다는 지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1일 주가 상승률(연초 대비)을 분석한 결과 중국(3.3%) 브라질(-0.9%)이 미국(11.6%) 일본(9.6%)은 물론 독일(5.1%) 영국(3.5%)에 비해서도 낮았다고 보도했다.

앤드루 랩톤 소시에테제네랄 연구원은 "투자할 때는 경제학자의 이야기를 듣지 말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며 "투자시점에 이미 성장성 관련 호재가 가격에 반영된 만큼 성장성과 투자 수익률은 별개 문제"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글로벌 자금의 이머징마켓 선호 흐름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선진국 주식형펀드로 들어간 자금은 이머징마켓에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2008년 10월 이래 최대 순유출이 있었던 선진국 채권형펀드에서 나온 것"이라며 "양적완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쪽으로만 돈이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경목/서보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