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기에 이어 강원 지역으로 확대됨에 따라 구제역 대책의 '마지막 수단'인 예방백신을 접종키로 방침을 확정했다.

정부는 22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주재로 긴급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유 장관은 회의 뒤 "구제역 확산을 막고 청정국 지위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비상대책의 일환으로 백신 예방접종을 하기로 했다"면서 "접종 형태는 일정 반경을 대상으로 한 '링 백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링 백신은 일단 발원지를 중심으로 10㎞ 반경 지역을 대상으로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국내 최고의 청정지역인 강원 평창에서 구제역이 처음으로 발생한 데다 인근 화천에서도 잇따라 구제역이 발견되는 등 구제역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또 춘천에 이어 원주와 양양,횡성 등 다른 강원지역에서 잇따라 의심신고가 접수된 것도 백신접종을 선택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백신 접종은 2000년 구제역 당시 단 한차례 사용했던 처방으로 예방접종 중단 뒤 최소 6개월이 지나야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 신청이 가능해진다. 세계 각국이 이 때문에 예방백신 접종을 꺼려왔다. 반면 살처분과 매몰 방식은 마지막 구제역 발생 이후 3개월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으면 청정국 지위가 회복된다.

가축 10만마리를 기준으로 백신을 처방하면 6억원가량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는 한우 300만마리,돼지 1000만마리 정도가 사육되고 있다. 다만 백신을 접종하면 무차별적인 살처분을 하지 않아도 돼 정부와 농가의 부담은 줄어든다.

예방백신 접종은 이번 링 백신 외에 특정 행정구역 전체를 접종하는 '지역 백신',전국에 걸쳐 접종하는 '전국 백신' 등 3단계로 나뉜다.

강원도에 구제역이 확산됨에 따라 국내 최대 한우연구기관인 대관령 한우시험장은 시험장 직원의 출퇴근을 전면 금지시키고 차량 통행도 통제했다.

한편 이날 현재 구제역은 의심신고 66건 가운데 안동,예천,영주,영양,파주,양주,연천,고양,가평,포천,평창,화천 등 13개 지역 44건이 구제역으로 판정됐다.

경북 일부 지역 한우농가에서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하는 과정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돼 전체 구제역은 3개 시 · 도 16개 지역에서 48건으로 늘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