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10개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장들은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 송년회에서 "내년에는 잠재 성장률에 근접하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불확실성 해소에 주력하면서 안정 성장의 기반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내년 성장률 4%대 예상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수출과 내수의 균형된 성장을 바탕으로 4.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 대비로는 상 · 하반기 비슷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도 "올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6% 초반의 성장률이 확실시되지만 내년에는 4.4%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내년 경제는 올해만큼의 활력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2000년대 평균 성장률인 4%대 후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3.8%의 가장 낮은 성장률을 제시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는 경쟁 격화 등으로 그동안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겠지만 하반기에는 점차 개선되는 '상저하고'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대내외 여건이 한국 경제에 호의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새해는 선진국 경제로의 정착을 가름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흑자 감소 우려
경제연구소장들은 내년에 수출 증가율 하락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축소를 가장 크게 우려했다.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내년 수출은 올해에 비해 10.7% 증가에 그치는 반면 수입은 14.4%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310억달러 흑자로 올해보다 11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원화 강세 등으로 내년에는 경상수지 흑자 폭이 올해 306억달러에서 내년에는 132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지난 5월부터 중국의 수출 증가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간재가 70%가량을 차지하는 한국의 대 중국 수출증가율 역시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병준 산업연구원장은 "조선 등 10대 주력산업의 수출 증가율은 올해 약 27%에서 내년에는 9%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제품 차별화 등을 통해 신흥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안정적 성장 기반 마련해야
경제연구소장들은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안정 궤도에 들어선 만큼 이제는 '체질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은행 자기자본 규제 등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금융 규제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금융산업의 성장잠재력과 경쟁력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