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공짜 야구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10월 전남 영암에서 열린 '2010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의 티켓값은 골드 92만원,실버 86만원(부가세 별도)이었다. 보통사람은 사볼 엄두도 내기 힘든 이 비싼 표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 및 호남지역 의원 50여명에겐 공짜로 배포됐다고 한다.
평균 2~5장씩이었지만 개중엔 골드 2장을 비롯 10장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는 마당이다. 10장이면 부가세를 합쳐 960만원.일부에서'그 정도면 뇌물 아닌가'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우리의 경우 공짜표에 대한 인식은 가격에 상관없이 희박하기 짝이 없다. 힘 좀 있다 싶으면 으레 무료 초대권이나 관람권을 받는 걸로 알 정도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누구는 받았는데 자기는 못받으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짜표를 부끄러움이 아닌 힘의 상징으로 여기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비싼 것일수록 찾는 사람도 많아진다.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주지사가 지난해 뉴욕 양키스 구단으로부터 월드시리즈 관람권 5장을 받았다는 이유로 원금(2125 달러)의 30배 가까운 거액의 벌금(6만2125달러)을 물어내게 됐다는 소식이다. 구장 개발,부동산과 세금 등 주정부와 밀접한 이해관계에 있는 구단에서 공짜표를 받은 건 부적절한 행동이란 이유다.
게다가 일부 시민단체에선 뉴욕주 선관위에 주지사가 그동안 받은 선거후원금으로 벌금을 낼 수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마당이다. 흑인이자 시각장애인으로 주지사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 공짜 야구표 몇 장 때문에 망신을 당하고 정치적 위치도 흔들리게 된 셈이다.
주지사가 받은 건 비교적 싼 내야석이었다는데 우리 같으면 그랬다간 무슨 불벼락이 떨어졌을지 알 길 없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대부분 미화 100달러가 넘으면 뇌물로 친다. 현금과 물건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식사비 골프접대비도 포함된다. 1차는 일식집,2차는 룸살롱에 가서 수백만원어치씩 먹고 마시고도 관행이란 이유로 떳떳한 우리와 달라도 많이 다르다.
1000만원어치 공짜표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는다는 건 12개 직업군 중 국회의원의 신뢰도가 왜 가장 낮은지 알려준다. 패터슨 주지사 사건은 미국의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다시 한번 일깨운다. 단,한 가지 궁금함은 남는다. '왜 하필 임기 말일까. 만일 임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평균 2~5장씩이었지만 개중엔 골드 2장을 비롯 10장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는 마당이다. 10장이면 부가세를 합쳐 960만원.일부에서'그 정도면 뇌물 아닌가'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우리의 경우 공짜표에 대한 인식은 가격에 상관없이 희박하기 짝이 없다. 힘 좀 있다 싶으면 으레 무료 초대권이나 관람권을 받는 걸로 알 정도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누구는 받았는데 자기는 못받으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짜표를 부끄러움이 아닌 힘의 상징으로 여기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비싼 것일수록 찾는 사람도 많아진다.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주지사가 지난해 뉴욕 양키스 구단으로부터 월드시리즈 관람권 5장을 받았다는 이유로 원금(2125 달러)의 30배 가까운 거액의 벌금(6만2125달러)을 물어내게 됐다는 소식이다. 구장 개발,부동산과 세금 등 주정부와 밀접한 이해관계에 있는 구단에서 공짜표를 받은 건 부적절한 행동이란 이유다.
게다가 일부 시민단체에선 뉴욕주 선관위에 주지사가 그동안 받은 선거후원금으로 벌금을 낼 수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마당이다. 흑인이자 시각장애인으로 주지사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 공짜 야구표 몇 장 때문에 망신을 당하고 정치적 위치도 흔들리게 된 셈이다.
주지사가 받은 건 비교적 싼 내야석이었다는데 우리 같으면 그랬다간 무슨 불벼락이 떨어졌을지 알 길 없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대부분 미화 100달러가 넘으면 뇌물로 친다. 현금과 물건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식사비 골프접대비도 포함된다. 1차는 일식집,2차는 룸살롱에 가서 수백만원어치씩 먹고 마시고도 관행이란 이유로 떳떳한 우리와 달라도 많이 다르다.
1000만원어치 공짜표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는다는 건 12개 직업군 중 국회의원의 신뢰도가 왜 가장 낮은지 알려준다. 패터슨 주지사 사건은 미국의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다시 한번 일깨운다. 단,한 가지 궁금함은 남는다. '왜 하필 임기 말일까. 만일 임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