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이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인수 · 합병(M&A) 때 매수기업의 자금 출처를 정밀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현대건설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대형 M&A가 좌초 위기를 맞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인수 희망자의 자금조달 구조 등을 규명할 수 있도록 하는 'M&A 모범규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적용 대상은 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 산하 기관이 보유한 대형 기업이나 외환위기 이후 채권은행들이 출자전환 형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형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 대우건설 등 내년부터 나올 대형 M&A 매물 대부분이 정부의 'M&A 모범규준'을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

M&A 모범 규준에는 △인수 희망자가 조달한 자금이 투명한지 △자금 출처가 충분히 규명됐는지 △향후 인수희망자의 경영에 부담을 줄 정도로 과도한 차입에 의한 조달은 아닌지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자금조달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규제 강화로 M&A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진 위원장은 저축은행 부실 해결과 가계부채 대응 방안,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 마련 등을 내년 금융위의 주요 정책 과제로 꼽았다.

진 위원장은 우선 내년 상반기에 저축은행 부실 문제에 대해 해결의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저축은행은 대주주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대주주들의 자구노력과 책임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시간이 늘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의 구조조정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진 위원장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며 "금리가 올라가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