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수의 공통된 답변은 행복이 아닐까 싶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행복이란 무엇이며,행복한 인생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무수한 노력이 행해져 왔다.

맹자는 군자의 인생삼락(人生三樂)으로 부모형제의 건강과 가정의 평안,부끄럽지 않게 사는 당당함,인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을 꼽았다. 천하의 왕이 되는 권세도 이 세 가지 즐거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맹자는 강조했다. 다만 돈과 권력 명예를 좇아 살아가는 우리네 필부들에게 맹자의 군자삼락은 다소 먼 얘기일 수 있다.

서양에서는 행복한 인생의 조건으로 건강,직업,가족,친구,돈의 다섯 가지를 꼽기도 한다. 인생이란 이 다섯개 공을 저글링하는 것과 유사한 데 이 중 하나라도 떨어져 깨지면 인생에 금이 가고 행복에서 멀어진다고 봤다. 사람에 따라,그리고 인생의 어느 단계에 있는가에 따라 다섯개 공의 상대적 중요도는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많은 것을 가지는 것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교훈도 있다. 행복을 구성하는 여러 조건이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선현들은 경계해 왔다. 송나라 때 학자 정이가 말한 '인생삼불행론'이 대표적이다. 그가 강조한 인생의 세 가지 불행이란 어린 시절 과거에 급제하는 소년 등과,부모나 형제의 권세가 너무 높은 것,뛰어난 재주와 문장력이다. 일찍 출세하면 교만해질 수 있고,부모형제 잘 만나 스스로 노력을 게을리할 수 있으며,재주 많고 문장이 출중하면 안일함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얼마 전 만났던 한 대학교수는 요즘 학생들의 경쟁력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으로 얻은 시험점수로 대학에 들어 온 학생들이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대기업 임원인사 통계를 보면 명문대 출신의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다.

최근 골프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골프인생 네 가지 불행'에도 인생사의 새옹지마가 담겨있다. 첫 번째인 소년출세는 앞서 정이의 주장과 같지만,두 번째와 세 번째는 중년에 배우자를 잃는 중년상처와 나이 들어 재물이 없는 노년무전으로 진화했다. 네 번째 불행인 '전반 OECD(아웃오브바운즈,벙커,스리퍼트,트리플보기,해저드 등)'는 일찌감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선진국이 된 듯한 기분에 취해 흥청망청하다 IMF 외환위기를 맞은 뼈 아픈 우리의 과거를 상기시킨다.

우리나라도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기를 맞으면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위의 네 가지 불행 중 '노년무전'이 가장 타격이 심각하다고 한다. 경제적 곤궁만큼 피부에 와닿는 어려움이 없을 터인데 이생에서는 더 이상 부를 모아 만회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리라.

차기 정부에서는 아마도 복지나 행복이 정책과제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다. 퇴직연금의 소득공제 대폭 확대 등 그간 제기돼온 복지제도 개선안을 좀 더 신속하고 과감히 실행해 행복한 노후설계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

이재술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 jaelee@deloit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