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항공업황은 내·외국인 여행객 증가 등에 힘입어 양호한 추세를 보였다. 이에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고, 주가도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0 주가로 본 라이벌 열전 ⑧ 항공]가벼운 아시아나, 대한항공보다 높이 날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상승폭이 대한항공보다 훨씬 컸다.

그동안 대한통운 등 그룹 리스크에 발목잡혔던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올들어 지난 22일까지 171% 넘게 상승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같은기간 30%대 상승에 그쳤다.정보기술(IT) 수요부진에 따른 화물부문 실적 둔화 우려 등이 반영되면서 최근 주가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 아시아나항공, 걸림돌 대한통운이 날개될까

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주가 발목을 잡았던 대한통운이 되레 최근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내년 초 대한통운 공개매각이 진행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유 중인 대한통운 지분 23.95%(546만4507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강성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2008∼2009년에 걸쳐 대한통운 인수에 따른 차입금 증가와 투자자산가치 감소라는 타격을 받은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그동안 약세를 보였다"며 "작년 하반기 대한항공이 상승세를 탈 동안 눌려있던 주가가 올해 한꺼번에 올라 상승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업황이 개선된 가운데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 리스크가 소멸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강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풀이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한통운 매입가격은 주당 17만1000원이지만, 대우건설이 보유한 지분과 묶어 매각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4.0% 매각 사안도 단기 물량부담(오버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중국 관광객 증가에 대한 수혜도 기대된다는 평가다. 9월 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외 여객 매출 가운데 중국노선 비중은 19%로 대한항공(11%)보다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 입국자 증가가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 "대한항공, 화물 부문 우려 과도…성장성 확충 기대"

대한항공 주가는 화물 부문 우려 등으로 지난 10월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내년 성장성 확충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박은경 애널리스트는 "작년 7월 반등한 후 줄곧 강세를 보였던 화물 수요 증가세가 올 6월 이후 둔화되면서 화물 부문 부진에 따른 이익 증가세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며 "다만 화물 부문 실적둔화 우려는 주가에 다소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올 4분기 실적도 여객 호조 등에 힘입어 양호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정은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12.4%, 110.4% 증가한 2조8980억원, 3241억원으로 추정된다"며 "국제여객 월별 탑승률이 80% 내외를 기록하면서 비수기 효과가 없어졌고, 화물운임은 최고치였던 올 2분기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년에 새로 도입하는 A380 등 여객기가 미주노선을 중심으로 배치되면서 매출 확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106기의 여객기를 운항 중이고, 여객기 발주잔고 45기 가운데 16기가 내년 도입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대규모 항공기 도입이 영업레버리지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최중혁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비용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하고 신기제 도입으로 일드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길게는 둘 다 좋지만 짧게는 아시아나"

전문가들은 내년 항공업황 전망을 고려하면 두 종목 다 긍정적인 투자대상으로 평가했다. 소득증가와 원화 및 위안화 강세로 내년에도 내국인과 중국인 해외여행 수요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이유에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내년 내국인 출국자수는 올해보다 16% 늘고 외국인 입국·환승객은 1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투자자의 투자기간별로 매력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단기적으로는 저평가 매력과 주가 상승 재료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대한통운 등 상승 이슈가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내년 연말까지 중장기 관점에서는 대한항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애널리스트도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시장의 기대와 같이 내년 초 대한통운 공개입찰이 실시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의 상승 탄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