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벗어야 산다고?" 제목부터 튀는 이 책 《벗어야 산다》의 저자는 서울 가좌동성당 주임신부다. 심리상담사이기도 한 저자가 사제로서의 '거룩 콤플렉스'를 벗어던진 채 들려주는 고해성사이자 인생 카운셀링이라고 할까.

"성인(聖人) 신부가 되기를 포기하는 순간 사는 게 편해졌다"며 세상 사람들에게 제발 '잘난 척,있는 척,행복한 척'하면서 스스로 삶의 감옥을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장 먼저 벗어던져야 할 것이 바로 '착하니즘'에 빠져 사는 자신이다. 화는 마음속에 자리잡은 배설물이라서 참을 것이 아니라 풀어야 한다는 것.참고 살라고 어려서부터 배운 탓에 화를 풀 생각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내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한마디가 유쾌하다. "제발 짜증 좀 내지 마세요. 진짜 짜증납니다. "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사제라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전혀 경건하지 않은 문체와 단어들이 다음 페이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예컨대 '주님이 우리를 용서했으니 당신도 다 용서하세요'라고 가르치는 사람이 있거든 가서 말하라고 한다. "넌 그게 되냐?"라고.모름지기 용서라는 것은 자기최면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되도록 빨리 용서할 구실을 찾으라는 얘기다. 분노에 사로잡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으면 결국 손해는 고스란히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