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녀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여성 리제트 리에 대해 문서위조 혐의로 미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리제트 리는 지난 6월14일 공항에서 마리화나 등 230㎏의 마약류를 소지한 혐의로 마약수사국에 체포된 이후 수사과정에서 자신이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외손녀라고 주장했다.

삼성과 미 수사당국에 따르면 삼성은 리제트 리가 삼성전자 북미총괄 명의의 문서를 위조했다면서 최근 미국 연방검찰과 마약수사국(DEA)에 수사를 22일(현지시간) 의뢰했다.

그간 삼성은 리제트 리의 주장을 부인해 왔지만 이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수사당국은 리제트 리의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삼성전자 북미총괄 명의의 문서를 발견했는데 이 문서는 데이비드 스틸(David Steel) 북미총괄 전무의 서명과 함께 '6월30일 밴나이스 공항에서 열리는 비공개 행사에 삼성가 3세 상속인인 리제트 리가 삼성가(家)를 대신해 참석한다'는 내용이다.

삼성의 설명에 따르면 리제트 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사용될 LED TV를 삼성전자 북미법인으로부터 받아서 설치업자에게 건네주는 역할을 하면서 삼성전자 북미법인과 접촉하게 됐고 스틸 전무가 실제로 밴나이스 공항에 보낸 문건을 위조해 '상속녀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다.

삼성이 리제트 리의 문서위조 혐의를 수사 의뢰함에 따라 리제트 리가 주장하는 내용의 진위 여부는 미 사법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밝혀지게 됐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