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가대표 마라토너인 이홍열씨는 1984년 3월 제55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10년간 깨지지 않던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다. '마의 15분'이라는 벽을 뚫고 2시간14분59초를 기록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비록 같은 해 8월 열린 LA올림픽에서는 경기 초반 일어난 집단 사고로 심하게 다쳤지만 피투성이가 된 오른쪽 무릎을 이끌고 완주에 성공하면서 당시 원정 응원에 나선 원로 마라토너 손기정씨의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씨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8년간 전국대회와 세계대회에서 100차례 이상 우승했다.

《세상이 내 뜻대로 안될 때 기억해야 할 것들》은 이씨의 자서전인 동시에 자기계발서다. 운동역학상 하체의 부담을 줄이고 빠르게 달리기 위해선 균형 있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상체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의 왼팔은 오른팔보다 13㎝나 짧다. 2세 때 앓은 골수염으로 왼팔 뼈의 일부를 잘라냈다. 왼팔로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정교한 일을 하기 힘든 지체장애인이다. 게다가 학창시절에는 운동부 선배들로부터 '팔 병신'이라는 놀림과 구타도 견뎌야 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의 투병과 단점을 극복한 비결을 자신의 성장사에 녹여냈다. 포기를 모르는 미련함,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착각,성장 엔진으로 바꿔버린 열등감,한 우물만 파지 않고 신이 주신 다양한 재능을 찾았던 노력 등을 꼽았다.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인생의 전부라고 여기던 마라톤을 그만둔 그는 상가분양 사업,가수,웨딩홀 외식업 등에 차례로 도전해 성공과 좌절의 시간을 거친다. 2002년과 2007년에는 차례로 스포츠외교 석사학위와 체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내 1호 걷기 · 달리기 박사'로서 새 인생을 시작한다.

현재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로,'마라톤 무료교실' 운영자로 걷고 달리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그는 자신과 싸우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마라톤을 단순히 스포츠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각자의 체력과 속도가 다르듯이 인생이라는 자신만의 레이스를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끈기와 삶의 보람을 강조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