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 주파수 배정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이번엔 치솟는 양파 가격으로 위기를 맞았다.

23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도 소매 채소시장에서 양파 가격은 ㎏당 70루피(1800원)로 평소 가격의 5배까지 폭등했다. 이상 강우로 주산지인 인도 서부에서 생산량이 16%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을 예상한 유통 상인들의 사재기까지 겹쳐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분석했다.

대부분 인도 음식에 필수 재료로 들어가는 양파는 인도에서 '정치적 식품'이다. 실제 유권자들이 '양파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 집권당에 등을 돌린 사례가 적지 않다. 1980년 당시 야당 당수였던 인디라 간디는 양파 가격 상승에 반발한 유권자들을 등에 업고 총선에서 승리했다. 양파 값이 600%까지 폭등한 1998년에도 여당 정치인들이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맛봤다. 인도 힌두스탄타임스는 "내년 주(州)선거를 앞둔 집권당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게다가 청렴한 이미지로 지지를 얻은 싱 총리는 이미 지난달 터진 '주파수 스캔들'로 코너에 몰린 상태다. 인도 감사원은 "통신 담당 공무원들이 2008년 2세대(2G) 통신 주파수 할당 입찰 과정에서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파수를 할당해 400억달러에 달하는 국고 손실을 입혔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인도 정부는 농무부에 "양파 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번 주 들어 양파 수입을 지시한 데 이어 22일에는 양파 수입 관세 부과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앙숙인 파키스탄에까지 도움을 요청,최근 파키스탄으로부터 2000~3000t의 양파를 수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출도 전면 금지키로 했다.

그러나 올해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곡물과 유류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채소 가격까지 급등하자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양파 가격 급등 사태는 향후 인플레이션 촉발의 서곡에 불과할 수 있다" 며 "자칫 인도의 고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