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관련자 22명을 기소한 경남은행의 4000억원대 금융사고는 결국 경남은행을 비롯해 종합금융사,금융브로커, 인수 · 합병(M&A) 전문 변호사,사학연금관리공단,건설근로자공제회 등이 난마처럼 얽혀 빚어낸 '종합비리세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은행 간부 2명의 돈 욕심과 업무 이탈에서 비롯된 불법 · 부실 대출사고였지만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단죄하는 것만으로 또 다른 금융비리를 막을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금융인들이 비리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영업 환경을 서둘러 개선하지 않을 경우 이번 일과 같은 대형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사고는 무엇보다 금융회사들이 무분별한 외형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는 게 시급하다는 점을 거듭 일깨워주고 있다. 외형 경쟁에 치중하는 금융사 직원들은 실적을 쌓기 위해 부정 · 부실 대출에 발을 담그기 십상이고 이는 결국 은행의 손실과 고객의 부담만 늘렸던 것이 지금까지의 병폐였다. 경남은행 사고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정 대출이 연계돼 있고,이는 손쉽게 대출이나 투자실적과 수수료 수입을 늘리려는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감독 당국은 외형 경쟁을 막겠다고 외쳤지만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어제 "외형 경쟁이나 쏠림 현상에 대해 사전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외형 경쟁을 막을 실행수단으로서 제도적 장치를 대폭 보강하는 게 시급하다.

무엇보다 금융회사 스스로 덩치를 키워 상대를 이기겠다는 잘못된 욕심으로 직원들을 외형 경쟁에 내몰지 않도록 영업 환경과 내부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직원들에 대한 인사 평가나 급여 시스템에서 외형 경쟁 요소를 최소화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규모보다는 수익성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며 불법 · 부정대출이 발을 못붙이도록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금융회사 경영진이 그런 인식을 확고히 하지 않는 한 과열 경쟁을 막겠다는 감독 당국의 공언은 연목구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