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분기 들어 150포인트 이상 급등한 코스피지수가 사흘만에 숨을 골랐다. 투신이 3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피로감이 누적된 코스피지수에 휴식을 제공했다.

엄태웅 부국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고, 특별한 상승 모멘텀(동력)도 없는 상황이라 기술적인 조정을 보였다"며 "당분간 지수는 횡보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운 모멘텀은 4분기 실적발표에서 얻어질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아,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업종의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다.

외국인과 개인은 전날에 이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였고, 투신은 각각 16거래일과 19거래일 연속 '팔자'를 지속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58포인트(0.03%) 내린 2037.5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전날 미국 증시가 내년 경기확장 기대감에 연고점 랠리를 지속한 가운데 오름세로 출발했다. 이후 쏟아진 투신의 매물폭탄에 하락반전, 약보합권 흐름을 이어갔다.

기관은 투신 3253억원 등 2856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399억원, 528억원의 매수 우위였다.

업종별로 등락이 엇갈렸다. 은행 전기가스 서비스 보험 등이 올랐고, 의료정밀 운수창고 건설 기계 등은 하락했다. 반면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은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KB금융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올랐다.

대구백화점(4.69%) 현대백화점(4.69%) 롯데미도파(4.12%) 신세계(1.53%) 등 유통주가 외국인의 매수세에 올랐고, STX조선해양(3.65%) 한진중공업(2.33%) 대우조선해양(1.14%) 삼성중공업(0.38%) 현대중공업(0.23%) 등 조선주들은 기관의 러브콜에 상승했다.

외환은행이 고배당 기대감에 2% 넘게 올랐고, 야구단 창단 우려로 전날 급락했던 엔씨소프트도 2% 반등했다. 이날 거래를 시작한 현대에이치씨엔은 5% 급등했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영업일을 닷새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500선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62포인트(0.51%) 하락한 502.39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전강후약 흐름을 보이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21일 단 한차례 반등을 제외하고는 15일 이후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코스닥지수는 기관의 계속되는 매도 공세에 슬금슬금 빠지면서 어느새 5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40선을 앞두고 이틀 연속 1포인트 내외의 상승과 하락으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점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43억원, 149억원 순매수했지만 지수를 방어하지는 못했다. 기관은 230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며 24거래일째 코스닥을 팔아치웠다.

평산은 독일 소재 자회사 야케 매각 소식에 3.27% 급등했고, 파라다이스는 실적 증가 전망과 배당수익률 기대 등으로 2.96% 올랐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이틀째 하락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2원(0.45%) 내린 1148.8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