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하던 채권금리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매매에 휘둘린 국채 선물시장(꼬리)이 국고채 금리(몸통)에 영향을 미치는 '왝더독'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4%포인트 오른 연 3.23%에 거래를 마쳤다. 5년물 금리는 오전 한때 연 4.03%로 상승했다 하락 반전해 0.01%포인트 떨어진 연 3.99%로 마감됐다. 이날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주요 국고채 금리는 이번 주 들어 줄곧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 7일 사상 최저치인 연 2.89%를 저점으로 꾸준히 오르던 3년물 금리는 이번 주 들어 0.13%포인트 하락했고,5년 이상 장기물 금리도 지난주 상승폭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연말 결산기로 접어들면서 거래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21일 선물 만기일 이후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대거 사들이면서 일시적인 가격 강세(금리 하락)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원은 "국채선물의 기초자산이 변경된 탓에 매수 포지션을 이월하지 못한 외국인이 신규물인 3월물을 사흘 만에 1만8000계약 넘게 사들이면서 금리를 다시 바닥권으로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역시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세가 이어졌지만 전날보다 강도가 줄자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으로 손실을 입은 국내 기관들이 매도 규모를 늘리면서 금리 하락에 제동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수급이 취약해 당분간은 특정 주체의 쏠림에 따른 선물가격 등락이 국고채 금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존 누적 포지션을 아직 채우지 못한 외국인의 선물 매수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 주로 예상되는 내년 국고채 발행계획 발표를 계기로 공급 증가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어 매수 · 매도 주체 간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년 1분기 총액대출한도를 줄이기로 한 점은 금리상승 요인이지만 미국 국채금리 하락으로 대내외 금리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금리하락 요인으로 꼽혔다.

채권시장의 '왝더독'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여서 향후 반복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3년 만기 국고채가 공급 부족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3년 국채선물 가격의 저평가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장기 국채선물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해 거래가 몰려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