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힘의 외교'] (1) 글로벌 리더십 없이 자국 이익 집착…"섣부른 힘 자랑"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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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웃과 잦은 마찰 원인은
힘 감추던 '韜光養晦' 폐기
할일은 한다 '有所作爲'노선
北 편들기…日·베트남과 분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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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3일 중국 외교부 당서기로 장즈쥔 외교부 차관이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외교부의 사실상 1인자인 당서기를 교체한 것은 아세안 국가들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외교적 개입을 허용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이다. AP통신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남중국해는 미국의 이해와 직결된 사안"이라고 선언한 지난 7월 이후 장 차관이 이미 실질적인 서기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기본적 외교노선이 과거 '침묵'에서 '힘'으로 옮겨간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19세기 치욕,21세기 우수성 떨칠 때"
지난 10월 중국 국경절 이후 원자바오 총리,시진핑 국가부주석,다이빙궈 국무위원 등은 공개석상에서 똑 같은 말을 반복했다.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역설적으로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멀리는 지난 4월 천안함 사건 발생 후 한 · 미 군사훈련에 대한 극단적인 반발부터 보인 중국의 신(新)외교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양순시선이 충돌한 뒤 △일본과 고위급 교류 금지 △중국인 관광 금지 △희토류 수출 중단 등 융단폭격으로 일본에 백기를 받아낸 뒤 기세가 더 등등해졌다는 지적이다. 홍콩 현대중국연구소 원추위안 연구원은 "중국인들은 서방과 동등한 관계를 넘어 세계 경제의 40%가량을 차지하던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며 "원자바오 총리가 19세기의 치욕을 20세기에 회복하고 21세기엔 중국인의 우수성을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울분을 중화부흥으로 연결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코카콜라 대신 베이징 덕
21세기 중국 외교노선은 유소작위(有所作爲)다. 해야 할 일은 한다는 의미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전용기가 미국에 도청당했을 때도 침묵했던 과거의 외교원리,도광양회(韜光養晦 ·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폐기됐다. "유소작위가 대국굴기론과 맞물리며 중국의 패권 본색을 강화시키고 있다"(현대중국연구소 원 연구원)는 지적이다.
이는 세계 최강국 미국과의 갈등에서 잘 나타난다. 서해에서 한 · 미 군사훈련에 극단적 반발을 한 것은 미국과의 패권 다툼 성격이 짙다. 버락 오마마 대통령이 "동아시아에서의 리더십 복원"을 선언한 데 대한 신경질적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티베트 등의 인권문제에는 구글에 대한 검열 요구로 맞서고 있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는 미국 국채 매도설을 흘리며 대항하는 등 미국의 기세에도 주눅들지 않는다.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지금 중국의 행태를 보면 마치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코카콜라 광고판을 내리고 그 자리에 베이징 덕(Beijing duck · 중국의 전통요리) 광고판을 올리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유소작위에는 글로벌 리더십이 안보인다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듯 보인다는 말이다. 기후협약 등에서 양보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미국이 자유와 민주 인권 등을 전파하며 글로벌 리더에 오른 것과 달리 현대 중국은 마땅히 내세울 만한 이념이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유소작위는 서방과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는 승부 본능의 DNA가 작용한 것일 뿐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다"며 "중국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거친 청년'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