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우 산업의 중심지인 강원도 횡성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해 초비상이 걸렸다. 전국으로 퍼진 구제역은 이미 사상 최악의 피해를 냈다. 방역 당국이 '백신'을 접종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백신 접종은 소나 돼지에게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주는 예방법으로 방역 당국으로서는 '최후의 처방'을 동원한 것이다.

◆한우산업 붕괴 우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첫 발생한 구제역은 지난 15일 경기도로 번진 데 이어 22일 국내 최대의 한우 산지인 강원도에 상륙했다. 이어 23일 횡성으로 퍼진 것이 최종 확인됐다. 횡성은 국립축산과학원과 강원도 축산기술연구센터 등이 있는 한우산업의 '심장'이다.

방역 당국은 횡성에서까지 구제역이 발생하자 충격에 휩싸였다. 횡성만은 구제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횡성에서의 모든 집회와 행사를 전면 금지시켰고,외부인 출입통제 등의 조치까지 내렸지만 강원도에서 발생한 지 불과 며칠 만에 구제역이 나타났다.

횡성에서의 구제역 발생은 경제적 피해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4000억원에 이르는 살처분 비용 외에 한우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횡성 한우는 명품 이미지로 쌓아온 브랜드 가치만도 엄청나다"며 "구제역 사태는 사실상 최악의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25일부터 한우 백신 접종

정부는 25일부터 한우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다. 공무원 공중방역수의사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농협 등의 200개팀 800여명을 투입해 10일 이내에 접종을 모두 끝낼 계획이다. 백신접종 대상 지역은 경북 안동 예천,경기 파주 고양 연천 등 5곳이다. 구제역 피해가 심한 안동은 전 지역,나머지 지역은 구제역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10㎞ 이내 한우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5개 지역 7016개 농가의 한우 13만3000여마리가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 접종 비용은 한우 10만마리당 약 8억원이 들어간다. 지역별로는 △안동 1446개 농가 1만7000마리 △예천 4106개 농가 4만7000마리 △연천 396개 농가 1만8000마리 △파주 723개 농가 3만1000마리 △고양 345개 농가 2만마리다. 수의과학검역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30만마리분의 예방약을 우선 사용하고,영국(퍼브라이트연구소)에서 120만마리분을 조기 도입키로 했다.

그외 구제역 발생 지역은 종전대로 살처분 방식으로 대처하되 구제역 확산 여부에 따라 백신 접종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횡성은 조만간 백신접종 대상 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고 경보 수준인 '심각' 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구제역 비발생 지역에도 351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신 카드 먹힐까

정부는 2000년 3월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백신을 접종해 구제역 확산을 막은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는 지금처럼 확산이 빠르지 않았고 범위가 광범위하지도 않았다. 백신을 사용했지만 확산을 막을 수 없었던 대만의 사례도 있다.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형태(혈청)를 보여 백신이 제대로 효과를 낼지도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신을 사용하면 최소 6개월이 지나야 구제역 청정국 회복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농가 등이 피해를 입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각 국이 백신 사용을 꺼리는 이유다.

정승 농식품부 2차관은 "구제역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백신 사용은 청정국 지위를 빨리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