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재테크 챔피언은 '자문형 랩' … 수익률 55%
서울 강남지역의 은행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올초만 해도 재테크 시장이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은행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전통적인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도 좀체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그렇다고 주식에 투자하자니 작년 한 해 코스피지수가 50% 가까이 급등한 터라 '막차'를 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심리가 강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재테크 상품 간 우열이 극명하게 갈린다. 한국경제신문이 23일 삼성증권에 의뢰해 각종 재테크 상품군의 올해 연간 수익률(20일 기준)을 따져본 결과 자문형 랩,원금 비보장형 장외파생상품,금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동산은 마이너스로 최하위로 처졌다.

◆자문형 랩 · ELS · 금 수익률 '톱3'

자문형 랩은 평균 55.3%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증권이 판매한 자문형 랩 상품 중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랩의 수익률을 가중평균한 것이다.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원금 비보장형 장외파생상품이 37.8%로 2위를 차지했다. 이 수익률도 삼성증권이 올해 판매한 상품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이혜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ELS는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만기 이전에라도 조기 상환되는 구조의 상품이기 때문에 실제 가입자의 수익률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값 역시 올 들어 26.7% 상승,자문형 랩 장외파생상품과 더불어 수익률 '톱3'에 들었다. 각국 대표 지수 상승률로 주식 직접투자 수익률을 따져 보니 동남아 증시가 20.1%로 가장 높았고,국내 증시는 20.0%(코스피지수 기준)로 뒤를 이었다. 반면 코스닥에 투자했다면 3.0%의 손실을 봤다.

◆부동산 투자는 '원금 손실'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18.2%로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못 미쳤다. 그나마 국내 혼합형(8.3%) 국내 채권형(6.6%) 해외 주식형(6.8%)보다는 양호했다. 테마별 펀드 수익률을 보면 명품 관련 기업들의 주식에 투자하는 럭셔리펀드가 45.4%로 자문형 랩 수익률에 육박했고,삼성그룹주펀드(30.1%) 녹색성장펀드(28.7%) 등도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 회사채(7.5%)와 국고채(6.5%),1년 만기 정기예금(5.2%)에 돈을 묻어둔 투자자라면 한 자릿수 수익률에 만족해야 했다. 작년 말 부동산 가격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판단으로 아파트를 산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의 아픔을 겪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당 가격은 올 들어 0.4% 하락했고,서울지역 아파트는 2.5% 떨어졌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진원지 강남지역 아파트는 3.3% 하락했다.

◆'국내 블루칩'이 고수익 키워드

전문가들은 올해 재테크 성공의 키워드로 '국내 블루칩'을 꼽았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자문형 랩과 ELS의 공통점은 국내 블루칩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층 강화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결국 높은 수익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황성룡 대우증권 PB컨설팅팀 부장은 "돈에도 '쏠림현상'이 있는데 지금은 주식에 돈이 몰리고 있는 단계"라며 "2003년 이후 대세상승장에서도 주식이 먼저 오르고 부동산은 2~3년 정도 시차를 두고 따라갔다"고 설명했다. 황 부장은 "내년에도 일부 종목만 주가가 오르는 장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문형 랩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보경 삼성증권 상무는 다만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자문형 랩은 주식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수익을 내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윤/강현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