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일본이 24일 원자력발전소 건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한국과의 협상이 잠정 중단된 상황에서 일본이 수주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보면 일본이 우세해 보인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22일 "일본의 터키 원전 수주가 임박했다"며 역전 가능성을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이번 MOU는 일본의 터키 원전 수주 과정에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일본의 강점은 자금 조달 능력이다. 터키 원전은 세계 최초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 4기의 원전을 짓는 데 들어가는 200억달러 가운데 70%가량을 금융회사에서 빌리고,나중에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원전은 건설과 운영에만 20년가량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 때문에 한국은 터키 원전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전력 판매 단가를 높여달라고 요구했지만 터키는 전력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양국 간 협상은 일단 결렬됐다.

일본은 조달금리가 낮기 때문에 전력 판매 단가가 낮더라도 손익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의 2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9%(22일 종가 기준)로 연 4.6% 선인 한국보다 2.7%포인트가량 낮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모자라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강점은 낮은 건설단가다. 한국형 원전(APR1400)은 ㎾당 건설단가가 2300달러로 일본(2900달러)보다 20%가량 싸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우리가 터키에 제시한 협상 조건은 일본의 낮은 조달금리를 감안한 것"이라며 "건설단가까지 포함한 종합 경쟁력에선 우리가 더 수주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터키가 한국과의 협상을 완전 중단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터키 입장에선 초대형 국책사업인 만큼 가능한 한 여러 나라와 접촉해 협상력을 높이려고 할 것"이라며 "이번에 일본이 맺은 MOU는 한국이 지난 6월에 맺은 MOU와 같은 수준으로 일본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도 "터키가 연말까지 일본과 협상을 끝낸 뒤 (결렬된다면) 우리와 추가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정부는 '헐값 수주'는 안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헐값에 수주하면 다른 나라에 원전을 수출할 때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일본이 우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터키 원전을) 깨끗이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주용석/서기열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