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를 1년4개월여 앞두고 벌써부터 정치권이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의 포로가 되는 양상이다. 여야는 이미 표를 겨냥한 친서민 경쟁에 올인하고 있다.

당장 여당인 한나라당이 등 돌린 민심에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당 서민특위가 내놓은 '전 국민 70% 복지'와 '은행 이익금의 10% 서민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일단 결정이 미뤄진 감세정책 철회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발 더 나아가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햇볕정책의 평가를 놓고도 내부 갈등이 일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은 23일 햇볕정책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홍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 포용정책이 성과가 있었다”는 남 의원의 전날 발언을 강력 비판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가) 퍼준 물자로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평화시대라고 할 수 있느냐”며 “햇볕정책은 전쟁을 준비하는‘위장평화시대’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국가안보나 국익문제에 부딪혔을 때는 당파적 접근이나 인기몰이식 발언은안 된다”고 공격했다.

남 의원은 이에 대해 “햇볕정책은 북한의 무장을 도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지만, 큰 틀에서 남북관계 화합으로 가는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한술 더 뜬다.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무상급식 예산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인 틀니와 무상 의료는 물론 부유세 신설 주장까지 나온다.

이 같은 포퓰리즘 행태는 내년에 더 극성을 부릴 전망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인들은 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의원 22명이 최근 법안 강행 처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 의원은 아예 "여야 합의가 안 되면 한 · 미 FTA 비준안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비준안과 농협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각종 법안 처리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집단을 위한 이익에 저소득층 보호 등 그럴 듯한 명분을 갖다 붙이는 게 포퓰리즘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박수진/유승호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