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진했던 은행들이 내년에 실적개선이 뚜렷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던 기업은행은 이익 규모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 14조8450억원에 1조48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분기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올 연간 순익은 1조4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인 순이자마진이 유지된 가운데 대출이 크게 늘면서 순익 증가를 이끌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다른 시중은행보다 기업은행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기업대출이 많아 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이 적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업종 내 시가총액은 4위에 머물고 있지만 수익성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고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내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2%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선제적으로 쌓아둔 대손충당금은 국제회계기준(IRFS) 도입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로 이어져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순익은 1조6000억~1조7000억원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듯 10월 이후 1만6000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던 기업은행의 주가는 이달 들어 23일까지 15% 이상 상승하며 2만원 선에 근접했다. 기관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외국인이 지난 8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매수하며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단기간 주가가 급등했지만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수익성이 뛰어나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금융팀장은 "ROE가 은행업종 평균(11.9%)보다 훨씬 높은 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로 1배에도 미치지 못해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며 2만6000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구경회 연구원은 "올해를 시작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이익의 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란 점에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기업은행을 은행업종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그는 "일각에서 정부지분 매각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당장 민영화가 추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단기내 정부지분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