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엑센트, '가격 도발' 상쇄하는 3가지 숨은 매력
옛 베르나의 환골탈태···국산 소형차 가치 한 단계 ↑
엑센트 1.6 '연비' '성능' '편의성' 3마리 토끼 만족


신형 엑센트의 화두는 침체된 국산 소형차 시장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소형차는 그동안 경차와 준중형차 중간에 치여 업계에서도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형차 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선 이른바 '작은차'의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 옛 소형차 수준보단 달라져야 했다. 안전성이 강화되든, 상품성이 좋아지든, 뭔가 변화가 요구됐다.

그럼에도 출시 초기 엑센트는 도발적인 가격이 도마에 올랐다. 국산 소형차 최초로 1500만원의 벽을 깼고 최고급형인 베르나 1.6 톱(Top) 트림은 1536만원에 나왔다. 가격표는 베르나(1214만~1395만원)보다 75만~141만원 올랐다.

현대차는 11년 만에 베르나를 버리고 엑센트 이름을 다시 가져왔다. 그동안 베르나가 제기능을 다 하지 못했고 연식이 바뀔 때마다 그 입지가 점차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 엑센트는 판매 5년간 41만여 대가 팔려나간 '소형차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모델이었다. 업계 관계자들도 "베르나보다 엑센트 차명이 훨씬 임팩트가 있다"며 다시 돌아온 엑센트의 부활을 두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승기] 엑센트, '가격 도발' 상쇄하는 3가지 숨은 매력
◆ "오래 달린다"

지난 11월 신차발표회 당시 엑센트를 첫 시승했을 땐 신차를 만나는 느낌에 충실했다. 두 번째 시승 때는 연비 측정을 해봤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도심 주행시 연비는 공인 연비보다 30% 낮게 나온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내 연비는 운전자나 교통흐름 등 외적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가급적 객관성을 띨 수 있는 고속 연비를 책정해봤다.

시승차는 흰색 엑센트 1.6 풀옵션 모델. 서울 양재동 청계산 입구에서 서대구 톨게이트 근교까지 총 280km 거리다. 주행 중엔 연비를 의식하지 않았고 도중 한 차례 휴게소에서 10여분 간 쉬었다. 엑센트에는 연료 절감 모드인 에코 드라이브 장치가 있으나 이 기능은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총 주행시간은 3시간9분, 평균 속도는 88km/h, 연비는 ℓ당 17.3km를 주행한 것으로 기록됐다. 엑센트 공인 연비는 16.7km/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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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반떼 성능 안부럽다"

엑센트 1.6은 신형 아반떼와 동일한 직분사 엔진을 얹었다. 최대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7.0kgm으로 동력 성능은 강해졌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 페달을 밟는 힘이 덜 든다. 예전 베르나보다 높아진 토크 덕분이다.

고속도로를 장거리 주행해보니 소음이 크게 줄었다는 게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시속 100km 주행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아반떼와 큰 차이가 없다. 이때 토크는 2000RPM 영역을 넘지 않는다. 베르나보다 RPM 변화 폭이 크지 않다.

140km 이상 달려도 무난히 잘 나간다. 다만 곡선 구간에선 미세한 차체 흔들림이 느껴진다. 한 자동차 시승 전문가는 "소형차는 소형차답게 시승하라"고 조언했다. 소형차를 타면서 중형차 수준의 승차감이나 성능을 따지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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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편하다"

엑센트는 장거리 운전을 해도 결코 불편하지 않다. 운전자들이 즐겨 찾는 옵션은 웬만큼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계기판은 슈퍼비전 클러스터로 교체됐고 버튼시동 스마트키와 음성인식 블루투스 핸즈프리, 아이팟 단자, 후방카메라, 6.5인치 DMB 내비게이션 등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엑센트는 전장 4370mm, 전폭 1705mm, 전고 1455mm로 베르나 대비 사이즈를 키웠다. 전장과 전폭은 각각 70mm, 10mm 늘리고 전고는 15mm로 낮춰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다. 운전석 시트에 앉아보면 실내 공간은 베르나보다 확실히 넓어졌다는 게 느껴진다.

아울러 사이드&커튼 에어백 등 6개 에어백을 전 모델에 기본 장착, 안전성이 취약하다는 소형차 단점을 극복했다. 후방 추돌시 운전자의 목 상해를 줄여주는 액티브 헤드레스트도 추가됐다. 자동변속기 단수는 국산 소형차 중 처음으로 6단을 얹었다. 엑센트는 이를 통해 소형차에 대한 편견을 없앴다.

겉모습 변화도 뚜렷하다. 현대차의 패밀리룩 디자인인 '유연한 역동성' 콘셉트는 훨씬 세련되고 날렵해졌다. 과거 베르나 이미지를 떠올리면 달라진 대목이다.
[시승기] 엑센트, '가격 도발' 상쇄하는 3가지 숨은 매력
◆ "선택은 소비자의 몫"

엑센트는 1.4 VVT 모델과 1.6 GDi 모델 2종으로 나왔다. 둘 중 어느 것이 좋은지 정답은 없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4단 자동변속기를 단 1.4 엑센트 중 가장 저렴한 차는 1289만원이다. 신형 아반떼급 성능을 원한다면 1.6 엑센트 6단 변속기 모델을 타면 된다. 1500만원 안팎이다. 소형차를 타더라도 풍부한 옵션을 즐기고 싶은 운전자라면 최고급형 풀옵션을 구매하면 된다. 이때 가격은 1716만원이다.

국산 소형차 시장이 장기간 침체다. 하지만 엑센트급 소형차가 많이 나온다면 소형차 시장도 건강해질 수 있다. 엑센트 가격 불만은 내년에 엑센트 해치백을 내놓는 현대차의 숙제로 남기면 된다. 고유가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이럴 땐 기름 덜 먹는 작은차가 '복덩이'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한경닷컴 변성현 사진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