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기방조 등만 인정 확정판결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행에 이용될 것을 알고 자신 명의의 예금통장을 건넨 뒤 범행으로 입금된 돈을 먼저 인출한 혐의(장물취득 등)로 기소된 김모(56) 씨에게 사기방조와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만 인정해 징역 5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장물 취득은 장물의 점유를 이전받음으로써 사실상 처분권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김씨가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것은 예금 명의자로서 은행에 예금 반환을 청구한 결과일 뿐 본래 사기범으로부터 돈에 대한 점유를 이전받아 처분권을 획득한 것은 아니므로 인출행위를 장물취득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행에 이용될 것을 알고 자신의 예금 통장을 양도한 것은 사기방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는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대포통장 브로커로부터 예금 계좌를 판매할 것을 제의받고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통장과 비밀번호, 현금카드 등을 건네줬지만, 계좌에 돈이 입금되면 자신이 가로채려고 직불카드를 추가로 발급받고 입금시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도 신청했다.

며칠 뒤 김씨의 통장을 최종매수한 사기범은 중고차 구매 희망자를 속여 1천만원을 김씨 통장에 입금하도록 했고, 김씨는 입금 문자가 뜨자마자 직불카드로 140만원을 출금했다.

김씨는 장물 취득 등 혐의로 기소됐고, 1ㆍ2심은 사기방조 등 혐의만 인정해 징역 5월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