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으로 인해 올해 남북 관계는 최대의 충돌 위기를 맞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은 국회 폭력 사태를 빚으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더구나 진보와 보수,지역과 계층,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세대 간 등 온갖 분야에서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로 갈등을 겪고 있다. 과연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의 날은 언제 올 것인가.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에 체스터 장군을 기리는 전쟁 기념관이 있다. 그는 인디언을 정복한 전설적인 장군이었다. 그런데 그 빌링스라는 곳에서 그가 인디언 지역을 점령하고 그들을 몰아내려다가 그만 인디언의 작전에 걸려들어 부대원과 함께 전멸당했다. 그때까지 백인들의 정책은 인디언을 다 죽이고 몰아내는 정책이었는데 그 이후부터 백인들은 이렇게 생각을 바꾸게 됐다. '아,인디언을 죽이고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야겠다. 이제는 인디언을 내쫓지 말고 함께 평화롭게 지내야겠다. ' 그때부터 인디언 정책이 바뀌어 미국 전역에 인디언 보호구역이 생겼다. 체스터 장군의 전쟁 기념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화목이 힘이다. "

이런 사건도 있었다. 1954년 인도차이나 문제로 강대국의 총리들이 모였다. 그 때 저우언라이(周恩來)가 먼저 도착하고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덜레스 장관이 제일 늦게 도착했다. 덜레스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다. 그래서 저우언라이가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데도 거절해 버렸다. 그 후부터 저우언라이는 20년 동안 중국을 다스리면서 미국과 원수가 됐고,마침내 베트남 전쟁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역사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단절은 저우언라이의 호의를 받을 줄 몰랐던 미국의 덜레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 때 덜레스가 조금만 따뜻하게 악수를 받아주고 립서비스를 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은 막대한 피해와 국가적 손실을 당해야만 했다. 그만큼 반목과 갈등이 아닌 평화의 길로 가는 것은 중요하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긴 안데스산맥을 경계로 해서 국경지대가 펼쳐져 있다. 그래서 포클랜드 전쟁 이후에 크고 작은 국경분쟁으로 전쟁이 일어나려는 위기를 맞았다. 칠레는 작은 나라이지만 대동단결해서 온 국민이 자존심을 걸고 맞서 싸우려 했고 아르헨티나는 큰 나라이기 때문에 칠레를 공격하려고 했다. 그런데 양국의 교회 지도자들이 모여 "전쟁이 일어나면 칠레는 칠레대로 망하고 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대로 망한다"고 눈물로 호소하며 설득했다.

그 결과 정치지도자들이 "전쟁을 하지 말고 평화의 길로 가자"고 마음을 돌렸다. 서로를 겨누고 있던 대포를 녹여 1904년 칠레와 아르헨티나 접경 안데스 산맥 위에 예수의 동상과 십자가를 크게 만들어 세웠다. 그 동상을 보고 양국의 군인과 국민들이 전쟁을 하지 않게 됐고 그 후로도 매년 7월이면 양국의 군사 지도자들이 모여 평화기도회를 연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대한 평화의 역사인가.

그렇다. 평화야말로 가장 위대한 힘이다. 우리 민족만큼 평화가 절실한 나라가 있을까. 이제 남북도 자존심 싸움과 대립을 할 것이 아니라 아기 예수에게 평화의 길을 물어야 할 때다. 온 국민이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을 이루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비록 남북의 정부끼리는 대립하더라도 종교와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까지 중단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우리 민족이 사는 길이다. 21세기,세계적 선진 대국으로 비상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오늘은 아기 예수가 오신 성탄절이다. 얼어붙은 조국의 대지 위에 평화의 심포니를 울리자.2000년 전 베들레헴의 말구유에 오신 아기 예수에게 다시 평화의 길을 묻자.

소강석 <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