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1차 협력업체들이 2차 협력업체들에 대한 어음 결제를 2012년 말까지 없애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의 동반성장을 이끄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전자산업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 및 LG전자와 1차 협력업체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23일 열린 전자산업 동반성장 협약식에서 참가업체들은 하도급 업체 자금난 해소 및 경영 안정성 지원을 위해 내년 말까지 60일 이상 어음을 퇴출시키고, 2013년부터는 납품대금 100%를 현금성 결제로 시행키로 합의했다. 이에따라 양사의 1차 협력업체 1000여개사가 발행하는 연간 5조6000억원 규모의 어음이 현금화되면서 2600여개 2차 하도급업체가 수혜를 누리게 됐고 2차 협력업체에서 3차 협력업체로 현금성 결제가 확산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협약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차 하도급업체의 현금성 결제 이행 여부를 협력사 지원과 연계시키기로 함으로써 기존의 선언적 결의와는 달리 실제 실행이 담보된다는 점에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음결제 관행이 많은 중소기업들의 자금난과 경영난을 부추기는 요인이 돼왔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LG전자는 올해부터 100% 현금결제를 하고 있지만 현금결제를 받은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에는 어음으로 결제하는 관행이 여전한 게 현실인 까닭이다. 더구나 어음을 받으면 사실상 납품가격이 깎이는 결과가 초래되고 혹시라도 부도가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도 시달리게 마련이다. 어음을 없애면 발행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결제일을 지키지 못해 부도를 맞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현금결제가 앞으로는 1차 협력업체에서 2차, 3차 협력업체로, 전자산업에서 다른 산업 분야로 점점 확산돼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삼성 LG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많은 대기업들이 현금결제 확대 등 결제 조건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런 기대를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런 방법을 통해 대 · 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새로운 국정 기조로 제시한 '공정 사회 구현'과 어울리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강조해두지 않으면 안될 게 있다. 대 · 중기 동반성장은 반드시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점이다. 현금결제는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고 능력이 되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해야 약속이 지켜지고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만일 정부가 압력을 넣거나 이를 강요한다면 눈가림식 일시 효과에 그칠 뿐 아니라 온갖 부작용만 낳게 된다는 사실을 유념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