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투신)들이 최근 정보기술(IT)주를 대거 처분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내년도 국내 증시를 주도할 업종으로 IT분야를 꼽고 있는 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운용사들은 지난 14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IT업종을 순매도하고 있다. 주간 단위로 보면 이달 둘째주에 1970억원 순매수한 이후 셋째주 5234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번 주에도 23일까지 491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주 타깃은 LG디스플레이하이닉스다. 14일부터 이날까지 LG디스플레이 1947억원,하이닉스 1843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도 21일부터 순매도로 돌아서 64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들의 매도가 집중된 탓에 IT주 주가도 조정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일 4만원 선이 무너졌고 이날도 1.52%(600원) 내려 3만8900원에 마감했다. 하이닉스도 14일 2만4750원에서 이날 2만3150원까지 내렸다.

운용사들은 IT주의 향후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을 매도 이유로 설명한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이 내년 IT업황을 낙관하고 있지만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며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수요도 별로 좋지 않아 내년에도 일부 IT제품은 부분적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운용사들의 IT주 매도가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 때문은 아니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미국 경기흐름이 좋고 내년 2월부터는 중국의 춘절에서 노동절로 이어지는 IT제품 성수기가 예정돼 있어 업황이 4분기를 바닥으로 내년 1분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운용사들의 IT주 매도가 펀드의 연간 수익률 관리를 위한 목적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펀드 환매가 거세지자 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이 높은 화학 · 조선주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IT주를 팔아 펀드 수익률을 방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중이 낮은 업종을 파는 것이 펀드 전체 수익률에 영향을 덜 미치기 때문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