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이 24일 운영을 시작했다. 경주가 방폐장 유치 지역으로 선정된 2005년 11월 이후 5년 만이다. 정부가 방폐장 건설을 추진한 1986년 이후로 따지면 24년 만이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이날 울진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작업복 장갑 등 중 · 저준위 폐기물 1000드럼을 전용 운반선을 통해 경주 방폐장에 반입했다. 공단은 울진 고리 영광 월성 등 4개 원전에서 내년에는 4000드럼 이상,2012년 이후에는 연간 1만2000드럼가량의 중 · 저준위 폐기물을 경주 방폐장으로 옮길 예정이다.

지금은 각 원전이 자체 임시 저장고에 중 · 저준위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다. 울진 원전 저장고는 2008년 말,월성 원전 저장고는 작년 말부터 포화상태이고 다른 원전도 조만간 저장고가 꽉 찬다.

경주 방폐장 가동으로 상당 기간 저장시설 부족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210만㎡ 부지에 건설되는 경주 방폐장은 총 80만드럼의 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다. 지난 30년간 국내 원전에서 나온 폐기물은 8만8400여드럼이었다.

각 원전에서 운반된 폐기물은 일단 경주 방폐장 내 인수 저장시설에 보관된 뒤 나중에 지하 처분장으로 옮겨져 최종 처분된다. 지하 처분장은 땅속 80~130m 깊이에 마련된 높이 50m,지름 23.6m의 콘크리트 시설로 콘크리트 외벽 두께는 10㎝다. 방사능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이렇게 설계됐다.

하지만 지하 처분장은 아직 완공이 안 됐다. 경주 방폐장의 전체 공정률은 71%가량으로 2012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완공이 안 된 상태에서 폐기물 반입을 시작한 것과 관련,민계홍 공단 이사장은 "울진과 월성 원전의 임시 저장고가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경주 방폐장이 각 원전의 임시 저장고보다 낫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인수저장 시설의 방사능 오염도는 건강 검진에서 X선을 촬영할 때 나오는 것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방폐장 외부에 설치된 환경 방사선 감시기 6대를 통해 주민들이 방사선 유출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완공도 안 된 방폐장에 핵 폐기물을 들여오는 것은 정부와 공단의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반발했다. 이날 방폐물 반입 과정에서 경주 시의원과 시민단체 회원 50여명이 인수 저장시설 앞을 버스로 막아서는 등 몸싸움을 벌이면서 당초 오전 9시40분께로 예정된 방폐물 반입이 2시간 넘게 지연됐다.

한편 경주 방폐장이 가동되면서 사용후 핵연료 같은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 건립에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다. 국내 원전에선 연간 700t의 고준위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이르면 2016년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 건립 논의는 시작조차 안 되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 방사성 폐기물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돼 방사능에 오염된 쓰레기.방사능 세기에 따라 중ㆍ저준위 폐기물과 고준위 폐기물로 구분된다. 중ㆍ저준위 폐기물은 원전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쓰고 버린 의복이나 장갑,마스크,신발,교체용 부품 등이다. 고준위 폐기물은 사용후 핵연료가 대표적이다. 저준위 폐기물은 100~200년,고준위 폐기물은 수만~수십만년이 지나야 방사능 오염 위험이 완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