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지도부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자."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각 시도당 위원장들이 지도부에 눈도장을 찍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기습처리에 반발해 전국을 돌면서 벌이는 연말 장외투쟁에는 예년과 달리 시도당 위원장들이 적극 참여하며 충성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당 지도부와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판단에서다.

지역별로 손학규 대표의 노숙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실무 경쟁은 물론 최대 인원을 과시하기 위한 동원경쟁도 치열하다. 실제 지난 18일 전북 전주 결의대회 때는 해당 지역구 의원을 포함,현역의원 30여명이 모여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손 대표는 "전북의 많은 당원 분들과 시민들이 성원해주셔서 어젯밤에 아주 따뜻하고 푸근하게 잘 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전에 노숙했던 천안,부산에서 새벽마다 과부하로 전기가 나가 손 대표는 오리털 패딩을 입고 자신의 침낭에서 새우잠을 자야만 했다.

손 대표의 노숙 장소인 텐트의 크기도 비교대상이다. 첫번째 노숙장소였던 천안역 앞 광장에는 양승조 충남도당위원장이 미리 준비한 널찍하고 높은 흰색 텐트가 등장했다. 크기나 높이가 서울광장 때의 두 배 이상이었다. 손 대표는 "양승조 도당위원장께서 당대표 비서실장이기도 하신데 점점 천막 치는 노하우도 느는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각 시도당은 결의대회 참석자와 국민 서명 참석자 수를 늘리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위기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전국을 돌면서 시도당별로 어떻게 하는지 지도부가 다 보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전국투어가 끝나면 2011년인데 그러면 사실상 1년밖에 남지 않은 총선 준비에 돌입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뼈있는 말을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