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 · 도교육청이 학교를 짓겠다며 확보한 정부 예산을 무상급식 확대 등 다른 용도로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학교 신설 예산이 다른 곳에 쓰이면 신도시 내 학교 설립은 물론 신도시 조성 자체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16개 시 · 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 편성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책정한 학교 신설비 9734억원 가운데 4463억원이 학교 신설 예산에 반영되지 않거나 다른 곳에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발표했다. 교과부는 2013년 3월 문을 열 청라 · 송도 · 중동 · 마곡 등 전국 63개교에 대한 학교 신설비를 지난 10월 시 · 도교육청에 예정 교부했다. 교과부는 매년 중앙투융자심사를 거친 사업에 한해 시 · 도교육청이 요청한 학교 신설비를 개교 2년 전에 지방교육재정 보통교부금으로 교부한다.

학교 신설비를 요구한 12개 시 · 도교육청은 신청한 금액보다 예산을 축소 편성한 뒤 감액한 예산을 다른 곳에 반영한 내년 예산안을 짰다. 반면 시 · 도교육청이 내년 무상급식비로 편성한 금액은 올해보다 4076억원 늘었다. 김병규 교과부 지방교육재정과장은 "서울 경기 등 일부 교육청이 무상급식 확대를 추진하기 위해 학교 신설비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곳에 편성한 학교 신설비는 내년 2월 지방교육재정 보통교부금 확정 교부 때 전액 삭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7개 학교 신축 명목으로 1453억원을 책정받았지만 실제 예산 편성에서는 1037억원 줄어든 416억원만 반영했다. 경기도는 3627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2206억원만 편성했다. 이런 예산이 인천은 733억원,충남 275억원,대전 253억원,부산 232억원,전남 158억원,경남 108억원에 달한다. 교과부 집계에 따르면 주요 시 · 도의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 증가액은 △서울 1266억원 △경기 1276억원 △인천 179억원 △충북 235억원 △전북 231억원 등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