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런던,파리,빈 등의 유명 미술관들이 '연말연시 아트족'을 겨냥한 특별전을 열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정치적 화풍,앤디 워홀의 영상예술,동성애 아티스트 폴 텍의 호러예술 등 독특한 주제를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회여서 눈길을 끈다.

◆'사회주의자 피카소'의 이면

'현대미술의 아버지' 파블로 피카소는 스탈린을 익살스럽게 그린 그림으로 1957년에 제명되기까지 프랑스 공산당원으로 활동한 사회주의자였다. 그의 정치적 성향이 잘 드러난 작품은 오스트리아 빈의 알베르티나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1944년 프랑스 공산당에 입당한 그가 남프랑스 바닷가에서 생활하며 평화와 자유에 대한 신념을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평화와 자유'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공산당원 시절의 작품뿐만 아니라 한국전쟁,베트남전쟁 등을 소재로 그린 유화 판화 드로잉 아카이브 등 150점이 걸렸다. 피카소의 평화주의적 열망을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기회다.

◆프랑스 신사실주의 선구자 아르망

파리 퐁피두센터는 연말연시 기획전으로 누보 레알리즘의 개척자 아르망 피에르 페르낭데즈(1928~2005)의 회고전을 마련했다. 아르망은 사물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아상블라주(assemblage) 기법'과 물건들을 연속적으로 쌓아올리는 '집적(accumulation) 기법'으로 현대의 물질 소비문명을 비판한 프랑스 조각가다. 바이올린과 기타 의자를 해체한 뒤 재조합한 작품,흘러내리는 물감을 이용한 '아쿠아 프레고',붓 대신 탐폰을 들고 캔버스의 표면을 찍은 작업 등 1950년대 이후의 작품 50여점이 걸려 있다.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실용미학을 조합한 아르망의 예술세계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앤디 워홀의 시네마 아트

뉴욕현대미술관은 지난 19일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영상작품전을 시작했다. 앤디 워홀은 유명 인사나 대량 생산된 공산품을 모티브로 한 팝아트 회화작가. 하지만 1963년 영상물 '잠(Sleep)'을 시작으로 60여편이 넘는 영화와 500여편의 단편 영상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모션 픽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미공개 영상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스크린 테스트'.그의 스튜디오인 팩토리를 찾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500여편의 단편 영상작업이다. 수전 손택을 비롯해 에디 세즈윅,살바도르 달리 등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눈으로 스캐닝하듯 훑은 뒤 직관적으로 담아낸 것으로 스타일이나 분위기,성격 추출 작업들이 흥미롭다. 앤디 워홀의 단순한 영상작업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미디어 아트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동성애자 폴 텍의 호러아트


1988년 에이즈로 사망한 폴 텍의 호러아트가 궁금하다면 뉴욕 휘트니미술관을 찾아보자.동성애자로 알려진 폴 텍은 회화 조각 설치 작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체 일부 또는 전체를 주조하는 기법으로 괴기스러운 이미지들을 만들어낸 작가. 변질되기 쉬운 쇠고기를 활용한 작품을 통해 인간의 존재 의미와 사물의 허구성을 조형화해 주목받았다. 카네기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회고전에는 '쇠고기' 시리즈, '과학기술' 시리즈 등 130여점이 출품됐다.

◆댄스와 미술의 아름다운 조화

영국 런던 템스 강변의 헤이워드갤러리는 댄스와 현대미술의 관계를 보여주는 '무브'전을 기획했다. 퍼포먼스 같은 행위예술이 시각예술로 발전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참여 작가는 윌리엄 포사이드,댄 그레이엄,마이크 켈리켈리,로버트 모리스,브루스 나우만 켈리 등이다. 헤이워드갤러리의 선임 큐레이터 스테파니 로젠탈이 기획한 이 전시회는 관람객에게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관계를 보여준다.

이 밖에 현대미술 인기작가 제프 쿤스의 개인전(뉴욕 룩셈부르크 & 다얀갤러리),19세기 말 프랑스 화단의 대가 장 레옹 제롬의 회고전(파리 오르세미술관),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전(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팔라스트미술관)도 눈길을 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