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생계비를 쪼개 3년간 1억원을 기부금으로 쾌척했다.

서울 강서구청은 등촌동 임대아파트에 홀로 사는 황금자 할머니(87)가 2년간 생계비를 절약해 모은 3000만원을 구청에 기탁해왔다고 26일 밝혔다.황 할머니가 내놓은 기부금은 2006년과 2008년에도 어렵게 모은 4000만원과 3000만원을 합쳐 총 1억원으로 강서구 장학회 기금으로 활용된다.

황 할머니는 매월 지급되는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지원금 130만원(올해 기준)과 기초생활수급자 생계지원비 36만원,기초 노령연금 9만원 가운데 최소 생계비만 빼고 거의 모든 재산을 2년마다 기부해 왔다.구청 관계자는 “한겨울에도 임대아파트에 난방을 거의 안 하고,폐지 수집을 통해 번 돈을 고스란히 모아 기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24년 함경도에서 태어나 13살 때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흥남의 한 유리공장에서 강제노역을 하다가 3년 뒤 다시 간도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했다.광복 후 고국에 돌아왔지만 가정을 꾸리지 않은 채 길에서 떠도는 아이를 양녀로 맞았다가 10살 되던 해 갑자기 사망한 후 외부와 소통을 끊고 지냈다.

황 할머니가 세상과 다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당시 등촌3동사무소에 근무하던 김정환 사회복지사(현 자원봉사팀장)의 정성에 감동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이어 그를 친아들처럼 여긴 황할머니는 김 팀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알뜰하게 모은 돈을 2008년부터 장학금으로 쾌척했다.구청 관계자는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온 황 할머니는 가슴에 맺힌 사연만큼이나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말했다.황 할머니가 기탁한 재산은 모두 강서구장학회로 편입돼 매년 발생하는 이자수입으로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의 학비로 지원된다.장학금 기탁식은 27일 오후 강서구청에서 열린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