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한국 전용 투자펀드를 만든다. 단일 국가 투자 펀드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CIC의 한국 투자 펀드 조성은 중국 자본이 국내 자산시장에 본격 들어오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CIC의 한국펀드는 '1억달러+α' 규모로 내년 초 출범한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소액으로 시작한 뒤 상황에 따라 규모를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정보기술(IT) · 금융 · 서비스 업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IC는 한국펀드 운용을 위한 자산운용 대행사 선정에 들어갔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에셋플러스 등과 외국계 회사를 포함해 5~6곳의 자사운용사들로부터 프레젠테이션을 최근 받았다. CIC는 프레젠테이션을 받기 전에 한국 컨설팅회사에 자산운용을 맡을 회사의 추천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1월 중 CIC 관계자가 직접 한국을 방문,자산운용사를 실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선정을 끝낸 뒤 곧바로 펀드를 조성해 운용할 계획이어서 적어도 3월 안에 펀드가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CIC는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일본에서 단일 국가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신흥시장 등에서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펀드를 설립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불안한 한반도 정세를 이유로 펀드 조성이 당초 계획인 내년 봄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CIC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이유로 펀드 조성을 연기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CIC는 2007년 9월 2000억달러로 출범한 중국의 국부펀드로 현재 자본금은 3000억달러로 늘어났다. 해외 주식과 상품,부동산과 기업 투자에다 사모펀드 운용,자원 인수까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투자로 세계 금융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생명 기업공개(IPO)에 참여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에 자극받은 일본 인도 대만 등도 최근 들어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10여개 국가가 국부펀드를 만들었거나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상반기 이뤄진 국부펀드 투자는 거래 건수(92건)와 규모(220억달러) 면에서 1년 전보다 모두 두 배 이상 늘었다. 과거에는 미국 국채 등 금융자산에 주로 투자했으나 최근 들어 에너지 광산과 같은 천연자원이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 쪽에 몰리고 있다.

한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도 최근 미국 2위 천연가스회사에 2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실물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김상준 KIC 전략투자팀장은 "투자 대상을 다각화해 주식 채권을 제외한 대체투자 비중을 장기적으로 2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정종태 기자 forest@hankyung.com


◆ CIC(중국투자공사)

China Investment Corporation.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만든 국부펀드다.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를 자본금으로 2007년 9월 설립됐다. 자본금은 3000억달러로 늘어났으며 작년 말 현재 운용자산 규모는 3324억달러,해외 투자금은 811억달러에 달한다. 직원은 300명가량이고 자산운용 책임자급은 해외에서 스카우트하거나 공개채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