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용경직성 깨야 '사내하청'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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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해고규정 도급 선호 당연
파견제도 보완해 상생길 찾을 때
파견제도 보완해 상생길 찾을 때
고용형태가 다양화하면서 불법 파업을 비롯한 노사갈등 또한 매우 다양한 이슈로 표출되고 있다. 얼마 전 3000억원의 경제적 손실과 노사 간 깊은 상흔을 남겼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조의 파업은 직접적인 근로 관계가 없는 원청회사를 상대로 한 파업이었다는 점에서 종전과는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원청회사인 현대차는 사내하청노조와는 직접적 근로관계가 없으므로 단체교섭을 거부하더라도 부당 노동행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노조가 원청회사를 상대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감행한 배경엔 지난 7월 '사내하청 근로자의 근로관계가 사실상 파견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린 대법원의 판결이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차 사내하청노조는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구 파견법상의 고용간주규정을 근거로 원청회사인 현대차에 대해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파견과 도급(아웃소싱)은 그 태생이 다를 뿐만 아니라,법적 규제를 달리 한다는 점에서 엄밀히 구분돼야 한다. 현대차 사건은 그 해석을 둘러싸고 파견과 도급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 원인은 소위 고용의 포트폴리오가 심화되면서 파견과 도급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견의 경우,대상 업무가 매우 제한적이고 규제 또한 엄격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에서 파견으로 충분한 업무에 도급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정규직에 대한 해고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따른 인력수급 조절이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 및 사회보험 등에서 부담이 적은 도급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물론 기업이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도급을 선택한 것은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 운영상의 잘못으로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내하청의 경우,원청회사와는 전속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언제든지 도급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고용불안이 잠재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회사의 근로자와 유사한 업무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이나 기업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을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잘못된 운영으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보다 엄격한 단속이 요구되며,'원청회사가 사실상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 직접 노무지휘를 했기 때문에 파견에 해당된다'는 대법원의 판결도 이런 고민에서 도출된 법리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를 경우,하청업체 근로자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는 원청회사에 대해서까지 사용자 책임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게 돼 진정한 도급조차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로 인해 기업이 외부 노동력의 이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노동시장이 더 경직화되고 고용창출 및 경쟁력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도 예상할 수 있다.
사내하청은 국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유럽에서도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인력수급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이슈로 등장하는 이유는 해고법제 및 파견법이 너무 경직돼 있고,사내하청 근로자가 공정하게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내하청에 대해 흑백논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해고에 대한 실질적 규제를 좀 더 유연화하고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함과 동시에 하도급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 원 · 하청기업 및 노사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정 < 한국외대 교수·법학 >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원청회사인 현대차는 사내하청노조와는 직접적 근로관계가 없으므로 단체교섭을 거부하더라도 부당 노동행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노조가 원청회사를 상대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감행한 배경엔 지난 7월 '사내하청 근로자의 근로관계가 사실상 파견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린 대법원의 판결이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차 사내하청노조는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구 파견법상의 고용간주규정을 근거로 원청회사인 현대차에 대해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파견과 도급(아웃소싱)은 그 태생이 다를 뿐만 아니라,법적 규제를 달리 한다는 점에서 엄밀히 구분돼야 한다. 현대차 사건은 그 해석을 둘러싸고 파견과 도급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 원인은 소위 고용의 포트폴리오가 심화되면서 파견과 도급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견의 경우,대상 업무가 매우 제한적이고 규제 또한 엄격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에서 파견으로 충분한 업무에 도급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정규직에 대한 해고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따른 인력수급 조절이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 및 사회보험 등에서 부담이 적은 도급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물론 기업이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도급을 선택한 것은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 운영상의 잘못으로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내하청의 경우,원청회사와는 전속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언제든지 도급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고용불안이 잠재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회사의 근로자와 유사한 업무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이나 기업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을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잘못된 운영으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보다 엄격한 단속이 요구되며,'원청회사가 사실상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 직접 노무지휘를 했기 때문에 파견에 해당된다'는 대법원의 판결도 이런 고민에서 도출된 법리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를 경우,하청업체 근로자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는 원청회사에 대해서까지 사용자 책임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게 돼 진정한 도급조차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로 인해 기업이 외부 노동력의 이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노동시장이 더 경직화되고 고용창출 및 경쟁력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도 예상할 수 있다.
사내하청은 국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유럽에서도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인력수급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이슈로 등장하는 이유는 해고법제 및 파견법이 너무 경직돼 있고,사내하청 근로자가 공정하게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내하청에 대해 흑백논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해고에 대한 실질적 규제를 좀 더 유연화하고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함과 동시에 하도급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 원 · 하청기업 및 노사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정 < 한국외대 교수·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