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 신분당선 판교역 일대에 추진되는 총 사업비 5조671억원 규모 알파돔시티와 서울 상암DMC에 들어설 133층짜리 서울라이트타워(사업비 3조3000억원)가 난항을 겪고 있다. 유상증자나 단기차입으로 땅값 등 급한 자금수요를 충당했으나 일부 출자사들이 추가 자금투입을 꺼리면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알파돔시티 1조원 PF 사실상 실패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파돔시티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출자사들의 지급보증 회피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돔시티는 20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만기를 내년 2월28일에서 재연장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급한 불부터 끄고 사업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땅 주인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기책임으로 자금을 조달해 땅값을 낼 생각은 하지 않고 단기차입금에 의존해 시간을 벌려는 전략"이라며 "내년 1월엔 2100억원 규모의 6차 중도금 납부시기가 도래하는 등 자금부담이 커지는 만큼 출자사들은 사업 지속여부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알파돔시티는 이달 말까지 1조원 규모를 PF로 조달,땅값 등으로 쓴 차입금을 모두 갚고 내년 초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었다.

◆판교 주민 불편 해소 시급

알파돔시티 조성 차질로 판교 입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핵심 상업 · 업무시설인 알파돔시티가 들어서지 않아 판교주민들은 2년째 인근 분당 상권을 이용하고 있다.

판교동 A공인 관계자는 "LH가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든,아니면 사업조건을 대폭 완화해주든 결정해서 사업을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파돔시티 관계자는 "사업이 표류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땅값이 당초 LH 감정가보다 두 배 이상 높아져 전체 사업비의 절반 이상인 2조5580억원까지 높아진 것"이라며 "민간기업들이 손해를 볼 게 뻔한 사업을 계속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LH는 나머지 땅값 납부시점을 사업 완료 이후로 늦추는 등 획기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LH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 대책이 나온 이후 알파돔시티 처리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암동 서울라이트타워도 난항

상암DMC 랜드마크빌딩 사업시행자인 서울라이트타워는 지난 9월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 돈으로 연체해 온 3차 중도금 400억원과 지난 11월이 납기인 4차 중도금 450억원을 한꺼번에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체 출자사의 20% 정도가 유상증자 참여에 난색을 표명,3개월째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서울라이트타워 관계자는 "일부 출자사들이 연말 조직개편 등의 이유를 들어 증자대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 참여를 꺼리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사업성에 대한 회의감을 갖는 출자사가 늘어나고 있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의 땅값은 3600억원가량으로 수조원대인 다른 초대형 PF 사업보다 적은 편이다. 그러나 전체 연면적의 70%에 달하는 상업시설을 성공적으로 분양할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가진 출자사들이 상당하다.

한 출자사 관계자는 "건축비 조달을 위한 본 PF 때 출자사들이 지급보증을 서야 한다"며 "자금 부담이 본격화할 때 출자사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가 향후 사업 추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