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나타난 1인당 국민소득과 개별 가계의 상황이 차이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평균의 함정'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통계에 흔히 사용되는 평균 개념은 개별 경제 현상에서 나타나는 편차를 없애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데 유용하지만 복잡한 현상을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예컨대 A라는 나라의 국민이 10명인데 이 중 6명은 연 소득이 2000만원,4명은 1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이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5200만원이 된다. 1인당 국민소득 평균치는 소득이 5200만원에 못 미치는 국민이 더 많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A라는 나라처럼 항목별 격차가 클 때는 평균이 아닌 중앙값을 사용하는 것이 현실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앙값은 개별 수치를 순서대로 늘어놓았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값을 뜻한다. A라는 나라에서는 국민 10명을 소득 순서대로 늘어놓았을 때 5번째와 6번째 국민의 소득인 2000만원이 중앙값이 된다. 10명의 평균인 5200만원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부문 및 계층 간 격차가 커지면 평균과 중앙값의 차이도 커진다. 상위층의 값이 증가하면 덩달아 평균은 상승하지만 중 · 하위층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중간값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가계소득에서 평균과 중앙값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소득은 2003년 2846만원에서 2009년 3055만원으로 7.3%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중위소득(중앙값)은 2581만원에서 2664만원으로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평균소득 대비 중위소득의 비율도 2003년 90.7%에서 2009년 87.2%로 낮아졌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소득 상위 계층에 비해 중산층과 서민층의 소득 증가율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중산층이 얇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