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은 골칫거리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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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으로 매출 1000억원 올린 최동규 생산성본부 회장
"20년 만에 생산성본부에 돌아와 보니 본부 직원들조차 생산성과 수익성을 혼동할 정도로 생산성의 의미가 퇴색돼 있더군요. 우리부터 혁신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다는 생산성의 진정한 가치를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
최동규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61 · 사진)은 생산성 분야에서 평생을 보낸 생산성 전문가.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졸업한 뒤 KPC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연구위원과 수석연구원,조사연구이사를 거쳤다. KAIST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임금 · 생산성연구센터 소장,중소기업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이후 강원도 정무부지사와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하고,2008년 12월 KPC 회장에 취임했다. KPC 출신으로 회장이 되기는 1957년 본부 설립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최 회장이 취임하자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그는 전 직원의 고용보장을 약속하고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 넣는 데 힘 쏟았다. 그는 "관료 출신들이 회장을 이어 맡으면서 생산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내부에서조차 많았다"며 "KPC 안에서부터 인간존중의 생산성 향상을 실현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작년 7월1일 창립 52주년을 맞아 '마이 뉴 KPC 비전'을 수립하고 KPC 스스로의 생산성 향상에 나섰다. 공공 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복장 완전 자율화를 시행하고,근무연수에 따라 재충전 휴가를 주는 안식월 제도도 도입했다.
최 회장은 "처음에 들고온 복장 자율화 제도는 한 달에 한 번 시범적으로 하자는 것이었다"며 "그걸로는 안된다고 생각해 전면 도입을 추진했고,혹시나 정착이 어려울까 싶어 스스로 다음 날 바로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다"고 설명했다.
5년에 한 번 40일가량 휴가를 주는 안식월 제도는 1년반의 시간이 흐르며 자리잡았다.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하고 돌아온 직원이 있는가 하면,이 시간을 활용해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조직문화의 변화에 힘입어 KPC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85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비해 생산성은 22위에 머물고 있다"며 "또 한번 도약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필수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생산성이 성장을 이끄는 정도를 1981년부터 수치화하면 우리는 3%인 반면 미국은 15%,EU는 14%,일본은 7% 수준"이라며 "선진 경제로 올라서기 위해선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를 늘리는 것을 넘어 생산성부터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성은 피로하고,짜증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없애야 진정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생산성 향상을 놓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구실로 받아들이고,경영자들은 임금 인상의 근거가 되는 골칫거리로 인식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